아주경제 주진 기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5차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 중국과 러시아 등 CICA 회원국들에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차단하고 북한이 추가적인 핵실험을 감행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CICA가 특별한 역할을 수행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CICA 외교장관 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는 북한이 5월6일 개최 예정인 제7차 당대회에 맞춰 5차 핵실험을 실시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장관은 "아시아에 있는 우리 CICA 파트너들이 안보리 결의 2270호가 철저히 이행되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하고, "국제사회가 단합되고 조율된 입장을 유지하면 북한은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회의 결과물인 성명(선언문)에 ▲북한의 핵실험·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가장 강력한 표현의 규탄 ▲안보리 결의 2270호의 철저하고 충실한 이행의지 재확인 ▲북한 핵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포기(CVID) 등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고, 실제 이 같은 내용은 오후 채택된 선언문에 반영됐다.
윤 장관은 북한의 연초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에 따른 안보리 결의를 거론하며 "북한은 여전히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이고 뻔뻔하게 표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은 사실상 매일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면서 핵능력 고도화를 위한 모든 유형의 방법을 동원하고 있고 또 영변 핵시설에서 핵 관련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면서 "유엔 역사상 북한처럼 이토록 지속적으로 노골적으로 상습범법자인 국가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북한은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핵공갈을 하고, 북한 주민에 대해 체계적이며 폭넓고 심각한 인권침해를 자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장관은 아시아 지역의 교류와 신뢰구축 증진을 위한 "CICA 프로세스는 한국 정부가 역내 연계성 증진을 위해 추진 중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시너지를 이룰 수 있다"면서 "한국 정부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중국의 '일대일로',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및 중앙아 국가들과도 조화·협력을 이룰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아시아가 역내 '신뢰 적자(trust deficit)'를 극복하고, 연대성과 연계성 증진을 통해 안정되고 풍요롭게 발전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ICA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모델로 아시아 지역 내 상호 신뢰구축과 분쟁예방을 목적으로 1992년 카자흐스탄 주도로 출범한 지역협의체다.
우리 외교장관이 CICA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러시아, 인도, 터키, 이란, 태국을 비롯한 동북아, 동남아, 서남아, 중앙아, 중동 등 26개국이 정식 회원국이며, 미국, 일본은 옵서버로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