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할 경우 미·영 양국 간 무역 체계를 정상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에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의 위험성을 지적해왔지만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데 있어 EU보다 영국과 먼저 협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미국과 영국이 무역협정을 맺는 데는 최대 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CNN 등 외신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적극적인 브렉시트 저지 입장에 대해 임기말 외교 관계 해결에 대한 의지로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년 1월 중순께 임기가 끝난다. 시리아 난민 문제, 러시아의 군사 도발,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대응 등 해결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외교 문제 해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실시된 브렉시트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EU를 탈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설문조사업체 서베이몽키가 일주일 단위로 모으고 있는 설문조사에서 지난 23일 기준 탈퇴해야 한다는 의견은 85%로 잔류(15%) 의견을 가뿐히 넘겼다. 한 달 전인 3월 초 탈퇴와 잔류 의견이 각각 58%, 42%로 비슷했던 점에 비춰보면 판세가 많이 바뀐 셈이다.
영국 내에서는 벌써부터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에 따라 고용률과 기업 투자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은행감독청(EBA)이 370개 유럽권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곳 중 1곳(20%)은 브렉시트 가능성이 투자 의욕을 꺾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기준 영국 금융 분야 고용률은 전년 대비 2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서는 6월 23일 치러지는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를 두 달여 앞두고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앞세운 EU 잔류 입장과 보수당 차기 총리 유력 주자인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이 이끄는 EU 탈퇴 입장으로 나뉘어 10주간 여론전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