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독일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사건인 ‘디젤 게이트’가 채 수습되기도 전에 일본 미쓰비시(三菱)자동차도 연비 조작 논란에 휩싸여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동차업계를 선도해온 독일차와 탄탄한 품질로 인정받아 온 일본차가 잇따라 연비 조작에 휘말리며 전 세계 자동차 산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다만 국내 완성차 업체는 각국의 연비 측정방법이나 규제가 다르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잇단 사태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 日 미쓰비시 자동차, 62만5000대 연비 조작 '발칵'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는 지난 20일 자사 생산 차량 62만대의 연비 테스트 결과를 조작한 사실을 시인했다.
일본에서 판매된 초소형 차량 2종 eK웨건과 eK스페이스 15만7000대와 닛산 브랜드로 판매된 데이즈(Dayz) 46만8000대에 대해 연비를 과장 표기한 것이다.
미쓰비시는 타이어의 저항과 공기 저항의 수치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방식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일본에서 2002년부터 일부 차량의 연비를 부적절한 방식으로 측정해 법규를 위반했다고 실토했다. 나카오 류코(中尾龍吾) 부사장은 “정상적으로 테스트를 받았을 경우 연비가 5∼10% 정도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차량은 대부분 초소형 차량으로 660cc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다. 이에 미쓰비시는 경차에 지원된 세금 혜택도 되돌려줘야 할 처지다.
연비 조작 사태로 미쓰비시 자동차의 주가는 당일 15% 증발했다. 시가총액은 7210억엔(7조4900억원)까지 축소됐다. 문제가 된 모델들은 생산과 판매가 중단됐다.
미쓰비시도 폭스바겐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폭스바겐은 최초 미국에서 조작 사실이 드러났지만, 이후 한국과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로 사태가 커졌다.
다만 폭스바겐과 달리 미쓰비시의 글로벌 점유율이 미비해 소비자 피해 규모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미쓰비시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은 약 93만8000대로 글로벌 점유율 1.07%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단일 시장 기준 일본에서 약 10만2000대를 팔아 점유율 2.0%를 기록했다.
◆ 국내 미쓰비시 판매 미비 피해 없을 듯... “국내 기업 반면 교사 삼아야”
국내 시장에서 미쓰비시는 2013년에 철수했고, 있을 때도 판매는 잘 안됐다. 이번 연비 조작 사건으로 국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비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당시 수입차 판매가 연간 누적 15만6497대를 기록했을 때 미쓰비시는 단 146대가 판매됐다. 전체 판매량의 0.09%에 불과한 수치다. 또 연비 조작 차량으로 드러난 미쓰비시 차량은 국내에 초소형 자동차로 국내에 판매되지 않았다.
국내에 소비자들에게 피해는 없겠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폭스바겐과 미쓰비시로 이어진 연비 조작 문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미국에서 연비 과장으로 곤욕을 치른바 있다. 현대기아차는 120만대 연비 과장으로 2014년 미국 정부에 1억달러의 벌금을 냈다. 미국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택하고 있기에 집단소송 끝에 해당 소비자들에게 약 4억 달러를 보상했다.
특히 자동차 연비문제는 한 번 터지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도 ‘도미노 현상’처럼 연쇄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철두철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완성차업체도 미국서 발생한 연비문제와 관련해 초기에 진화해서 벌금을 덜 물었다"면서 "국내 자동차들이 글로벌 판매되기 때문에 각 지역별로 다른 연비측정 방법이나 법규 등 변경에 대해서 실시간 검토해서 이중, 삼중으로 체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연비 같은 경우는 주의를 하지 않으면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문제로 만약 문제가 발생되면 치명타 입을 것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자동차업체들은 이번 연비 조작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