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현실화될 경우 세계 경제의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늘고 있다. 영국 내에서는 벌써부터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에 따른 고용률과 기업 투자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기준 영국 금융 분야 고용률을 전년 대비 21% 하락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할 경우를 우려해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망설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은행감독청(EBA)이 370개 유럽권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곳 중 1곳(20%)은 브렉시트 가능성이 투자 의욕을 꺾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독일 기업의 브렉시트에 비관적인 시각을 가진 가운데 다른 유럽 국가들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경제장관은 "영국이 개별 국가로서 EU에 접근하려고 한다면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중국산 철강 제품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협상력도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영국이 EU를 떠난다면 독일과의 무역협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밝혀왔다.
문제는 비단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도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14~15일 양일간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도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리스크는 다소 안정되었지만 영국의 EU 이탈 가능성과 테러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브렉시트로 결정나면 유럽의 무역 질서나 무너지고 유럽인들의 일자리에 위협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시티UK 로비그룹은 실제로 영국이 EU 탈퇴를 선택할 경우 향후 5년간 금융부문에서 최대 10만명이 실직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런던 부동산 시장은 견고한 상태지만 이런 인식이 계속될수록 건설 및 부동산 시장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따라 영국 재무부는 EU를 떠날 경우 경제적 피해를 피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영국을 방문해 EU 잔류를 호소하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6월 23일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를 두 달여 앞두고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영국 내에서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선거운동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앞세운 반대 입장과 보수당 차기 총리 유력 주자인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이 이끄는 찬성 입장으로 나뉘어 10주간 여론전을 펼칠 계획이다. 영국에서 EU 관련 국민투표가 진행되는 것은 지난 1975년 EU 전신인 EC 가입 찬반을 물은 투표 이후 40여 년 만에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