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념 전 경제부총리]

[박병원 경총회장]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
13일 치러진 총선이 끝나 20대 국회가 6월부터 개원된다.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19대 국회는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그들에게 붙은 불명예는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평생을 따라다닐 것이다. 반면교사(反面敎師)는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다. 20대 국회는 19대 국회가 들었던 욕을 듣지 않는 쪽으로 가는 길이야말로 또 다른 불명예를 뒤집어쓰지 않을 것이다.
20대 국회에 무엇을 바라는지를 본지의 [그레이트 코리아-명사들의 제언]에 나왔던 각계 인사들에게 물었다. 이구동성으로 '정신 차려라'는 답을 받았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와 박병원 경총회장, 전광우 초대 금융위원장의 바람을 토대로 20대 국회를 향한 경구(警句)를 보낸다.
"뭐 이런 선거가 다 있나?"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일갈했다. 선거판에 대한 불신과 실망감이 묻어나는 경제계 원로의 한 마디가 시사하는 바는 컸다. 진 전 부총리는 우리 정치가 한마디로 뒷걸음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와 민생이 문제지만, 더 문제는 정치다. 정치민주화가 된 지 30년이 됐는데, 오늘 우리 정치는 옛날보다 더 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 전 부총리는 이어 "상호 파트너를 인정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너죽고 나살자는 식은 절대 안된다. 정책은 없고 전투가 있던 국회였다. 그래서 국민들이 정치를 혐오한다"고 덧붙였다.
진 전 부총리는 "20대 국회는 싸우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일을 하면서 싸우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은 20대 국회에 나서는 선량은 물론 우리 정치권 모두가 새겨들을 금언(金言)이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우화적이고 역설적인 화법으로 20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전했다. 박병원 회장은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 하나만은 아는 국회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고 운을 뗐다.
박 회장은 "경제 문제가 정치나 입법으로 해결 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금년도에는 좋은 일자리를 백만 개 늘리고 전국민의 임금은 30% 올린다. 연간 소득이 5천만원이 안되는 경우 나라가 이를 보장할 것이며, 일체의 가격은 동결한다'라는 법을 만들지 못하는 것은 다 알지 않는가?"라고 되물었다.
즉 입법기관이 정작 국민을 위한 입법에는 소홀할 것을 미리 경계한 것이다. 박 회장은 그러면서 "해야 할 일을 못하는 것은 소위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라고 양해해 줄 터이니 제발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않는 국회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고 말을 매조지했다.
그의 역설 화법은 국민이나 기업들이 정치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지를 가감없이 보여준 것이다. 그의 말 가운데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않는 국회"는 그 반대로 걸어간 19대 국회를 비아냥거리는 말임을 누구나 안다.
전광우 초대 금융위원장은 짤막하게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경제의 체질 개선과 체력 강화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입법기관의 책임을 더욱 성실히 감당해주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짧은 주문 속에 많은 의미가 담겼다. 경제의 체질 개선과 체력 강화는 현재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을 타개할 마법의 길이다.
총선 유세 현장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유권자들의 무관심이었다. 예전같지 않는 유세장의 풍경에서 정치가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현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20대 국회에 나서는 선량들은 자신들이 유세 과정에서 품었던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만이 한국 정치가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