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의 갤럭시노트] 그때도 어물쩍 넘어가더니…예견된 장동민 막말 논란

2016-04-1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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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장동민이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tvN '집밥 백선생2'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끝까지 짜내지 않은 고름은 다시 농익어 터지는 법이다. “웃음만 생각하다 보니 서로가 내뱉은 말이 세졌고 더 격한 발언을 찾게 됐다”며 머리를 조아린 것이 지난해 4월. 꼭 1년만이다.

장동민이 속한 개그 트리오 옹달샘(유세윤, 장동민, 유상무)은 2014년 팟캐스트 방송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에서 “처녀가 아닌 여자는 참을 수 없다”며 처녀성에 대한 집착을 드러냈고, 성 경험을 고백한 여자를 향해 “멍청하다”고 비하한 데 이어 삼풍백화점 붕괴 생존자를 “살기 위해 오줌을 먹은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소변 먹는 동호회 창시자”라고 조롱했다.

혹독한 비판 열풍이 뒤늦게 일어난 2015년, 세 사람은 그제야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열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출연 프로그램 하차 여부는 제작진에 맡기겠다”며 방송 출연과 관련한 문제는 어물쩍 넘어갔다. 그런 그들을 대신해 바른 결단을 내려야 했던 제작진 역시 시청률에 눈이 멀어 “기회를 주겠다”며 시청자에게 옹달샘을 다시 들이밀었다.

그 후로 꼭 1년이다. tvN ‘코미디 빅리그’가 지난 3일 새로 론칭한 코너 ‘충청도의 힘’에서 장동민은 세상 물정에 빠삭한 7살 아동으로 출연해 새 장난감을 자랑하는 친구에게 “쟤네 아버지가 양육비 보냈나 보다”라고 조롱했다. 그 말을 들은 친구가 울먹거리자 “부러워서 그랴, 너는 봐라. 얼마나 좋냐. 선물을 양쪽에서 받잖여. 재테크여, 재테크”라고 응수했으며 “(용돈을 받기 위해서) 할머니 앞에서 고추 깔 거야” 따위의 대사를 내뱉을 때도 부끄러움이 없었다.

시청자는 자비 없이 반응했다. 장동민이 한부모 가정을 비하하고 어린이 성학대를 미화했다며 분개했다. 모두 그가 자처한 일이다. 웃음을 위해 약자의 상처를 습관적으로 후벼 팠을뿐더러 따끔한 질타에도 반성은 찰나였고, 뻔뻔함은 끈질겼기 때문이다.

코너는 1회 만에 폐지됐다. 장동민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뜻으로 너무나도 사랑하고 아끼는 무대인 ‘코미디빅리그’를 하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웃음을 유발하는 방법 중 가장 쉽고 게으른 선택으로 여겨지는 약자에 대한 비하, 그것이 체화된 개그맨은 여전히 방송을 하고 싶어 하는 데다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서라면 그들의 안일하고 얕은 수법을 택하는데 머뭇거림이 없는 제작진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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