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지난 7일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으로 한국에 입국한 가운데, 이들의 집단탈출은 중국 정부의 용인 또는 최소한 묵인하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중국 내 북한근로자들의 탈북이 급물살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K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일 입국한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은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에 있는 '류경식당'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당초 중국 지린성 옌지(延吉)의 식당에서 근무하다 장사가 잘 안돼 지난해 12월 닝보로 옮겼고, 지난 5일 밤 식당을 빠져나와 이튿날 동남아의 제3국을 거쳐 7일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례적 집단탈북, 중국 묵인 있었나
중국 정부의 용인과 한·중 양국 간의 내밀한 조율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주중 한국대사관은 대사관 경내에 들어온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보호조치를 강구하지만, 이번 북한식당 종업원들에 대해서는 전혀 사건을 알지 못했다고 함구하고 있다. 이들이 북한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동안은 탈북자가 아니라 중국 체류자 신분을 유지하며, 내부적인 감시망을 벗어날 경우 중국을 여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북한식당이나 벌목장 등 해외 노동현장에 파견 나간 북한 근로자의 경우 내부 감시자들이 여권을 압수해 보관해 놓고 있지만, 이번처럼 지배인까지 한꺼번에 탈출했다면 자유롭게 여권을 활용해 중국 내는 물론 해외로 이동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들어 주중 대사관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한 바 없고 알 수도 없는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중국은 지금까지 대북관계의 민감성을 들어 중국을 탈북 루트로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국제인권단체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탈북자를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탈북자 문제에 대해 "국제법과 국내법, 인도주의적인 원칙에 따라 북한으로부터의 불법 월경자(탈북자)를 처리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중국이 아닌 제3국을 통한 탈북자들의 한국행에 대해서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선에서 '조용'하게 처리해 온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탈출이 중국 정부의 용인하에 이뤄진 것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중국의 탈북자 정책이 상당한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탈출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향후 조사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이지만 방관과 용인으로 중국의 탈북자 정책이 바뀔 경우 앞으로 중국을 이용한 탈북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 북한식당 평온 속 긴장
탈북자들의 집단입국 2일째인 10일 베이징의 북한식당들은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대성산관과 옥류관, 해당화 등 베이징 내 주요 북한식당들은 정상영업 중이었지만, 손님은 과거에 비해 적었다. 종업원들은 집단탈북자들에 대한 질문에 함구하며, 극도의 경계반응을 보였다. 베이징의 한 대북소식통은 "베이징 내에서 (집단탈출로 인한) 구체적인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엄격한 '성분 검증'을 받은 뒤 해외에 근무하게 된 북한의 종업원들이 집단탈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북한당국과 북한식당들이 받은 충격은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베이징 관측통은 "이번 집단탈출 사태로 북한의 다른 해외 종업원들도 동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 선양(瀋陽) 대한민국총영사관은 9일 랴오닝(遼寧)·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 성의 교민단체, 한국기업, 선교사,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긴급 안전공지문을 발송했다. 총영사관은 지역 한인(상)회를 통해 교민 등에게 보낸 공지문에서 '지난 8일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대거 한국입국 소식이 있었다'며 '이와 관련해 최근 대북제재 등으로 궁지에 처한 북측이 혹시라도 우리 교민들에게 위해(危害)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또 "동북 3성에 거주하는 교민과 주재원, 선교사, 언론인 등은 안전에 유의하고 북한 관련 영리시설에 출입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