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안녕, 테레사

2016-04-0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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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차 지음 | 문형렬 옮김 | 문학세계사 펴냄

'안녕,테레사'.[사진=문학세계사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실화' 소설은 그 내용과 장르는 차치하고라도 작가의 집필 의도와 배경을 궁금하게 한다.

재미 작가 존 차(John Cha, 차학성)는 지난 1982년 뉴욕에서 누이동생 테레사 차(차학경)를 살인 사건으로 잃었다. 이후 그는 처절한 고통 속에서 10년 동안 소설을 구상했고 20년간 집필한 끝에 소설 '안녕, 테레사'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는 동생에 대한 그리움, 동생의 천재적 예술성 등을 촘촘한 알레고리로 엮어 이야기를 쌓아 올렸다. 테레사가 예술가로서 활동한 8년은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소설 곳곳엔 진보적이고 실험적이었던 그녀의 예술세계가 짙게 배어 있다. 실제로 그녀는 인식과 지식, 논리적 이해의 구조를 뛰어넘는 탁월한 언어와 행위 예술의 순례자였다. 그녀의 모든 작품은 버클리 대학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소설은 뉴욕의 한 빌딩 주차장에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뒤를 이을 차세대 예술가로 주목받던 테레사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경찰은 그 빌딩의 관리원을 용의자로 지목·기소해 재판에 들어간다. 강간과 강도 전력, 사건 당일의 행적, 테레사의 시신에서 발견된 흔적 등 모든 정황들이 그가 범인임을 가리켰지만 결정적인 증거와 증인이 없어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만다. 결국 빌딩 관리원은 무죄로 풀려나게 되고, 피살자의 친오빠인 존 차는 뉴욕의 수사관들과 함께 직접 증거를 찾아 나선다. 

법정 실화 소설이지만, 이 책은 느닷없이 닥친 가족의 죽음이라는 일상적이지 않은 고통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남겨진 자들의 애절한 그리움, 견디기 힘든 삶의 무게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마음의 문을 거세게 두드린다. 

440쪽 |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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