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증권사인 KB투자증권을 보유한 KB금융지주가 최근 대형사인 현대증권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마찬가지로 작은 증권사인 NH농협증권을 가졌던 농협금융지주도 대형사 우리투자증권을 사들여 통합 NH투자증권을 출범시켰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KDB대우증권 인수에 이어 KB금융지주의 현대증권 인수로,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한 증권사들의 순위 변동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면 통합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본 5조8000억원으로 업계 최고 자리에 오르고, NH투자증권은 4조5028억원으로 뒤를 잇게 된다. 또 합병 KB투자증권은 3조9006억원으로 3위를 차지한다.
증권업계 지각변동이란 이슈 외에 2~3위 경쟁을 펼칠 NH투자증권과 합병 KB투자증권의 모습이 닮았다는 점도 흥미롭다. 소형 증권사가 대형 증권사를 흡수해 업계 최상위권에 올랐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과거 업계 10위권 밖이었던 NH농협증권이 우리투자증권을 흡수하면서 NH투자증권이란 최대 증권사로 변신했고, 18위 수준인 KB투자증권 역시 현대증권과 합병시 3위로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농협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간 자존심 싸움이란 점에서도 두 증권사의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과거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두고 경쟁했었고, 결국 농협금융지주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현대증권 인수로 뒤늦게 체면을 살린 KB금융지주는 합병 KB투자증권을 통해 반격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다만, KB금융지주의 현대증권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대한 분석은 아직 엇갈리고 있다.
이날 보고서를 통해 신한금융투자는 "국민은행의 뛰어난 리테일 네트워크를 활용한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고 평가한 반면, 대우증권은 "현대증권의 정상화까지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 합병 시 화학적 결합이 얼마나 잘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 역시 합병 후 양사 직원들 간 결합을 위해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걸린 것으로 전해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 합병은 소형사와 대형사 간 결합이므로, 일반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 우려는 적다"며 "다만 양사 직원들, 특히 영업이 주 업무인 직원들 간 융화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