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13년이 흘렀네요. 오래 기다렸죠? 고생 많았어요. 잘 지내요? 아직까지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줘서 고마워요…….(중간생략) 여러분이 행복한 삶을 즐기길 바랄 뿐이에요.”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 스타 장국영(張國榮·장궈룽)의 살아생전 목소리가 중국 인터넷기업 바이두(百度)의 최첨단 정서음성합성 기술로 재연됐다고 신경보(新京報) 등 현지 언론이 31일 보도했다. 장궈룽의 추모 13주기인 4월 1일을 앞두고서다. 때마침 올해는 장궈룽의 탄생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날 상영관을 꽉 메운 장궈룽의 음성은 그가 2013년 4월 1일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한지 13년 만에 팬들에게 전하는 세상에 다 하나뿐인 메시지였다. 그 동안 장궈룽이 단 한번도 말한 적 없는 내용이었지만 그의 살아생전 말투 스타일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1분 30초 남짓 이어진 메시지에서 장궈룽은 마치 살아있는 듯 팬들의 여린 마음을 보듬어주면서 인생의 풍파를 견뎌내고 꿋꿋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이번 행사를 위해 바이두는 몇 주전부터 바이두의 장궈룽 팬카페를 통해 팬들이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수집해 팬들이 듣고싶어하는 말들을 메시지에 담았다.
13년 만에 장국영의 음성편지를 받은 현장의 팬들은 감격스러워 했다. 한 팬은 “음색이나 말투, 억양까지 비슷했다”며 “기술 발달로 그와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다는 게 기쁘다”고 전했다.
장궈룽인듯 장궈룽이 아닌 장궈룽의 목소리를 재현한 데에는 바이두의 최첨단 빅데이터와 딥 러닝기술, 정서음성합성기술이 활용됐다. 바이두는 인터넷 등을 통해 그가 살아생전 영화나 드라마, 인터뷰 등에서 말했던 목소리를 수집해 음성모델을 구축한 후 여기에 정서 감정 요소를 이입해 가상 목소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바이두 기술 관계자는 “아직 완벽하게 재현하지는 못해 살짝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향후 기술적으로 더 보완해 언젠가 장궈룽과 완벽히 일치하는 목소리를 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구글'을 표방하는 바이두는 음성인식 기술 등 인공지능(AI) 방면에서 중국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2012년부터 AI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한 바이두는 2014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3억 달러를 들여 AI 연구소를 세우고딥러닝, 이미지 및 음성인식 등 AI기술에 기반한 인공지능 로봇, 무인자율주행차 등을 잇달아 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