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SK-CJ헬로비전 인수합병, 글로벌 경쟁력을 위한 것인가?

2016-03-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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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지난해 11월 SK와 CJ헬로비전 간 인수합병 발표 이후 각계에서 수차례 열린 토론회의 가장 큰 쟁점은 과연 인수합병이 글로벌 경쟁력을 위한 것인가라는 점이었다.

SK-CJ헬로비전 간 인수합병은 IPTV법과 방송법에 따라 국내시장에서 사업할 권리를 허가 받은 IPTV사업자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간 인수합병이며,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국내 기간통신사업자 간의 인수합병이다.

두 사업자 모두 해외시장 진출이나 해외 경쟁력과는 무관한 사업자들이다. 단지 이번 인수합병 통해 국내 내수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경쟁력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는 ‘이번 인수합병의 목적이 국내에 들어온 유투브, 넷플릭스 등 외국기업에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주장을 하거나, 심지어 ‘이번 인수합병이 위기의 케이블TV를 살릴 수 있는 기회’라는 주장도 나왔다.

솔직히 이번 인수합병이 국내시장에 들어오는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외국계 기업에 대응할 글로벌 경쟁력을 우리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갖추게끔 만들어 주는 기회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선 유튜브나 넷플릭스는 아직 국내 방송법에 정의된 사업자가 아니다. 유튜브는 동영상 유통 사이트다. 넷플릭스는 VOD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소위 말하는 OTT사업자들이다. 독자적인 플랫폼과 전송망을 구축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IPTV나 케이블TV와 큰 차이가 있다. SK나 CJ헬로비전이 국내시장에서 유튜브나 넷플릭스와 경쟁을 하려고 한다면 아프리카TV나 Pooq와 같은 국내 OTT사업자를 인수하면 된다.

더구나 유튜브나 넷플릭스와 경쟁할 핵심 플랫폼인 CJ헬로비전의 티빙서비스는 오히려 인수에서 제외됐다. 이번 인수합병의 목적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였다면 OTT 사업자의 국내 진출에 맞서기 위한 핵심 서비스인 티빙을 제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자체 제작한 미국드라마를 서비스하는 넷플릭스와 경쟁하려고 CJ E&M이나 경쟁력 있는 콘텐츠제작사를 인수하려고 했다면 좀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봐도 이번 인수합병은 단지 내수시장에서 이동통신 지배력 확대 및 유료방송 가입자 확대로 밖에는 설명이 안된다.

방송통신기업간 M&A 심사와 허용 결정은 해외에서도 매우 신중하다. 보통 심사기간만 1년이 넘어가고 심사기간 동안 제기된 여러 쟁점사항들로 인해 신청기업이 자진 철회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특히 이번 SK-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지역채널 관련 법 개정도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인수합병 승인 그 자체도 유료방송사업자의 생존이라는 관점보다는 국가와 국민의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지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

2015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결과에 따르면 전체 유료방송가입자 중 17.5%가 이동통신을 포함한 방송통신결합상품 가입자다. 이 비중이 커 감에 따라 케이블TV 산업이 힘을 잃었다는 것은 업계의 상식이다. 방송통신 결합상품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결합판매가 어려운 유료방송사업자는 국내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번 인수합병을 정부가 승인한다면 경쟁력 있는 IPTV사업자가 경쟁력 없는 케이블TV를 인수 합병하는 것을 승인하는 것이 아니라 불공정한 유료방송시장의 결합판매로 인한 폐해로 건강한 케이블TV 산업이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을 정부가 묵인해 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번 승인이 나면 잘못된 걸 알더라도 되돌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회, 시민단체, 학계전문가 및 이해당사자들과의 논의 등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거치는 등 신중한 심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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