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세상에는 주연과 조연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주연이었던 사람도 있고 조연으로 태어나 주연 자리를 꿰차는 사람도 있다. 주연과 조연은 때때로 바뀌며 누구 한 명이 영원히 주연을 독식할 수 없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건 두 역할 모두 중요하다는 점이다.
여기 이제 막 이런 이치를 깨달아 가는 청춘들이 있다. KBS2 청춘 3부작 드라마 '페이지터너'는 누구도 홀로 영원히 빛나는 주연일 수 없으며 조연도 주연만큼 중요하다는 걸 알아가는 18살 아이들의 성장을 담은 작품이다.
'페이지터너'는 연주자가 연주하는 동안 방해받지 않도록 옆에 앉아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페이지터너는 연주자보다 호흡이 빨라서도 느려서도 안 되며 악보를 넘기는 소리도 내어서는 안 된다. 무대에 없는 사람처럼 화려하지 않은 옷을 입고 연주자보다 한 발 늦게 등장해 한 발 먼저 퇴장하기에 '무대 위의 유령'이란 별명도 갖고 있다.
이재훈 PD는 "늘 주인공과 조연이 있다. 그렇지만 인생은 누가 주연이고 누가 조연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모두 함께 어우러져서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작품엔 그런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페이지터너가 있다. 스스로 다음 페이지를 넘기기 버거운 순간에 나타나 다음 장으로 넘겨주는. 이 순간에는 아마 페이지터너가 유령이 아닌 영웅일지 모른다.
'페이지터너'의 주인공들은 연주자였다가 페이지터너로, 또 페이지터너였다 연주자가 되는 극적인 순간의 한 페이지에 서 있다. 꿈이라는 목표를 향해 올라가는 길에서 주연과 조연의 뒤바뀜을 경험하는 아이들의 혼란과 아픔 좌절과 쾌감이 작품에 모두 담긴다. 피아노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성장'이 주 기둥이고 아이들이 주인공이지만 어른들도 새길만하다. 그래서 이 PD는 이 작품을 "세 친구들이 피아노를 통해 성장하고 싸우고 화해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페이지터너'에 등장하는 사랑과 우정, 꿈을 향해 가는 청춘들의 치열한 경쟁은 청춘 드라마가 가져야 할 미덕의 전부다. 여기에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피노키오'의 대본을 집필한 박혜련 작가의 문장이 더해졌으니 더할 나위가 없다.
3부작. 26일 오후 10시 35분 첫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