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아인, 내내 어여쁘소서

2016-03-2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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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방원 역을 맡은 유아인[사진=UAA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청춘이 삭을까 걱정했다. 언제나 소년 같았던 그가 어느 덧 서른 살이라니. 게다가 늦은 입대를 준비 중이라니. 어쩌면 이것은 그가 덜컥, 어른이 될까 두려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SBS 드라만 ‘육룡이 나르샤’를 마치고 만난 배우 유아인(30)을 보니, 모든 건 기우였다는 걸 알게 됐다. “나이를 먹으며 몸을 사리게 된 것이 슬픈” 서른 살의 유아인은 여전한 청춘이었으므로. 그를 잠시간 떠나보내는 것에 대한 걱정을 접기로 했다.

사람들이 그다지 사랑했던 그대여. 당신을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방원 역을 맡은 유아인[사진=UAA 제공]


긴 호흡이었다. 50부작인 ‘육룡이 나르샤’가 드디어 종영했다.
- 사실 어제는 아무렇지 않았다. 홀가분하고 속 시원했는데 오늘은 조금 뻥 뚫린 느낌이 든다.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없지만 직장을 그만두면 이런 느낌일까 싶다. 직장생활 하는 이들에 비하면 1년도 채 안 된 시간이었지만 배우로서는 제일 긴 호흡의 작품이다 보니 허전함이 크다. 그래도 시원하다.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2% 섭섭하고, 98% 시원하다.

유아인의 이방원은 대중들이 생각하는 이방원과는 달랐다.
- 이방원 같은 경우 기존의 사극을 통해 만들어진 선입견이 있다. 결국 이미지라는 것은 선입견일 수도 있다. 유동근 선배의 ‘용의 눈물’ 이미지가 남는 것처럼. 저 역시 여러 분과 다르지 않은 이미지를 가졌었다. 그래서 새로운 타입의 이방원에 흥미를 느꼈었다. 이방원을 미화한다기 보다 그 인물의 어떤 흐름, 심경을 들여다봤으면 하고 찍었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는 만족한다.

유아인이 발견한 이방원의 면모는 무엇인가?
- 결과적으로 도대체 선이란 무엇이고 악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힘의 투쟁 앞에서 선과 악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찾아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를 선한 인물, 악한 인물이라고 할 수는 없고 추악한 인간, 아름다운 인간이라 평가할 수는 없다. 이성계의 아들로 태어나 수많은 선택 앞에서 보여준 이방원의 모습이 서글프다고 전하고 싶다. 단순히 악인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는 건 배우로서 문제가 있다. 어떤 갈림길에 있고 갈등을 빚으면서 어떤 선택을 할까? 추측하며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했고 그런 혼란스러움을 노출시키려고 했다.

이방원과 정도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정도전을 연기한 김명민도 마찬가지다. 유아인에게 정도전과 김명민은 어떤 사람이었나?
- 존경하는 스승님에서 적이 되는 인물이다. 그 과정의 포인트, 변화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이방원과 정도전의 관계는 어른 아이와 롤모델의 사이 같다. 우상을 따라가다가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어긋나는 지점이 생기고 이를 힘 있게 부딪쳐야 하는 순간이 오는 거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방원 역을 맡은 유아인[사진=SBS 제공]


선배들 사이에서 기 죽지 않고 연기하는 게 대단했다
- 사실 드라마 시작 전 신경수 PD가 기죽지 말라고 문자했다. 저, 원래 기 안 죽는다. 하하하. 아주 많은 선배들과 연기하며 단련된 부분이기도 하다. 김명민 선배와는 재밌는 농담도 하면서 편안하게 지냈다.

극 중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만큼 연기도 변화가 있었다. 50 부작 동안 캐릭터 어떻게 다듬었는지?
- 제가 이 드라마를 하면서 (스스로에게) 미션으로 준 것은 50부작 안에서 변화를 그려내자는 점이었다. 가장 큰 숙제이기도 했다. 나이의 변화, 육체적인 변화, 내면의 변화 등 성장 과정을 잘 보여주고 싶었다. 인물의 역사, 긴 세월을 연기해보고 싶었다. 육체적인 부분에서는 목소리의 변화, 움직임의 변화, 톤의 변화, 표정의 변화 나이 대 별로 연기했다. 포착 못하셨다면 제가 연기를 잘 못한 거겠지만. 초반에는 소년같이 나중에는 목소리를 갈아내기도 하고 변화를 주기도 했다. 시간이 흐른다고, 나이를 먹는다고 성장하는 건 아니다. 순수한 인간이 때가 묻어가는 과정? 변화하는 때를 섬세하게 표현하려고 애쓴 것 같다.

이방원 역에 애정이 깊어 보인다.
- 맞다. 제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애정이 가는 건 이방원이다. 하하하. ‘사도’였는데 바뀌었다. 물리적으로도 많은 시간이 들었고 이방원을 연기하면서 그간 느끼지 못한 새로운 느낌을 느꼈다. 예컨대 한 작품이 지나면 찍고 나서 성장 했구나 느끼곤 하는데 이 작품은 찍으면서도 저의 성장을 느꼈다. 그 현장에서 있던 것이다. 그게 신선한 경험이었다. 연기적으로도 다채로운 면 보여드릴 수 있었다. 제가 연기한 인물 중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다. 입체적이라고 해서 힘 있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면모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서 입체적 인물을 표현할 수 있었다는 성과가 있었다. 이방원은 아주 오래 제게 남을 캐릭터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방원 역을 맡은 유아인[사진=UAA 제공]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되나?
- 쉬는 동안 작품을 하지 않을 것 같다. 기다리는 게 있다. 하하하. 군대에 대해서는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서 할 것 같다. 내가 뭘 하겠느냐.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진 것이 없다.

‘베테랑’ ‘사도’ ‘좋아해줘’ ‘육룡이 나르샤’까지 흥행에 성공했다. 지금 한창 반짝반짝 할 때인데 입대하는 게 아쉽지는 않나?
- 초라한 시기에 가는 것보다 낫지 않나. 정확히 결정된 건 없어서 덤덤하게 가려고 노력 중이다. 사실 나이 서른에 국방의 의무를 하는 게 얼마나 자랑스럽겠나. 부끄럽다. 이해해주길 바란다.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해 달려오다 보니 미룰 수 있는 만큼 미루게 됐다. 그리고 이제 입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보통 20대 학생 때 군대를 가는데 저는 10대부터 일을 했고 하다 보니 미루게 됐다. 떳떳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이기적으로 되어온 것 같다. 합법적인 선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자신감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 자신감 없다. 자신을 알고 표현할 뿐인 거다. 지금도 떨고 있다. 대답하면서 뭐가 맞는지 모르겠고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는 것, 해석하는 걸 표현하는 것일 뿐이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이 땅에서 희소하기 때문에 유아인이 별난 배우로 느껴지는 것 같다. 특별한 부분은 아니다. 10대 20대 때는 나도 어떻게 하면 유명해질까 생각하면서 살았다. 멋있는 척 하고 사랑받는 것이 성취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창조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다. 나는 그 본질을 드러내고 본질에 충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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