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많은 대중들이 느끼는 배우 진구의 이미지는 바로 ‘무뚝뚝함’ 혹은 ‘차가움’이다. 하지만 그 이미지를 깨트리는데에는 5분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진구와 처음 만나 나눈 대화 시간에서 단 1분도 지루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배우 진구는 진지하고 묵직했지만 무겁지 않았으며, 모든 것이 진실했다. 진구에게는 그야말로 ‘사람 냄새’나는 배우였다.
지난 2003년 SBS 드라마 ‘올인’에서 주인공 이병헌의 아역배우로 첫 연기자 생활을 시작한 진구는 최근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태양의 후예’에서 14년 만에 제대로 꽃 피우고 있다. 감히 ‘대세’ 배우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로, 진구는 그야말로 최근 가장 ‘핫’한 배우다.
“영화보단 드라마의 반응이 더 가깝게 느껴져요. 동네 슈퍼 아주머니도 이젠 저를 알아보세요. 그리고 자주 인사하시던 아주머니의 눈빛도 달라지셨고요.(웃음) 그전엔 그냥 배우였는데 이제는 ‘우리 옆집에 진구 오빠 산다?’가 됐네요. 하하.”
작품을 통해 주로 강렬한 연기로 대중들과 만났던 진구는 직접 만났을 때 그의 진가를 알 수 있는, 유쾌한 배우다. 거기에 호탕한 웃음은 보너스. 이런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진구의 진가를 알게 된다는 것 자체는 굉장한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처음 시작부터 올인 때 반항아 같은 캐릭터가 임팩트가 컸던 것 같아요. 센 역할을 했던 작품들이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제 머릿속에서도 센 캐릭터만 연기하고 있었죠.” 진구를 향한 대중들의 선입견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연기를 잘하고 있다’는 증거라면 진구를 향한 모든 선입견에 대한 이해는 가능해진다.
‘태양의 후예’ 속 진구는 겉은 사포처럼 거칠어 보이지만 속은 누구보다 따뜻한 남자다. 드라마 속 직업이 군인이라 더욱 그랬다. 진구가 그간 작품 속에서 군인 역할을 많이 맡았던 것 역시 그에게서 풍겨지는 ‘바른’ 이미지 때문이다.
“해군 헌병에 근무했습니다. 군복이 멋있어 보였던 게 이유였죠. 하하. 그런데 이후로 군인 역할이 주변에서 어울린다는 소리를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요. 제 얼굴이 정직하게 생겼다는 칭찬이겠죠. 좀 바른 사람 같다 할까요. (웃음) 제 실제 성격도 그래요. 원칙주의자까진 아니지만 바른 걸 추구해요. 하지만 딱딱하지만은 않죠. 극 중 서대영보다는 오히려 유시진에 가까워요. 하는 행동은 서대영이지만 말투는 유시진이라고 보면 돼요.”
진구에게는 대중들이 잘 캐치하지 못했던, 달콤하고 다정한 매력이 숨어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센 캐릭터의 연기를 더욱 재밌게 할 수 있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태양의 후예’ 속 진구(서대영 역)는 요즘 세상에 보기 힘든 ‘순정마초’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과거의 드라마 단골 대사에서나 들어 볼법한 인물이다. 하지만 많은 여성 시청자들은 이런 ‘순정마초’의 서대영에게 열광했고, 그런 진구에게 환호했다.
“보시는 입장에서 답답할 수는 있겠지만 뒤에서라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는 것 같아요. 현실에는 잘 없는 남자죠. 하지만 전 이해가 돼요. 제가 올드 할 수도 있겠지만 손해를 보더라도 사랑을 위해서라면 한 발짝 물러날 수도 있죠. 제가 난 놈이라면 그 환경조차도 극복하고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너무 마음은 아프겠지만, 마음은 죽어도 아닌데 아무리 부딪혀도 안 되는 걸 아니까요. 대본에 그렇게 써있었어요.(웃음)”
진구의 연기 인생에서 멜로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남자냄새가 물씬 나는 작품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던 진구는 그래서 멜로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연기에서는 멜로가 유독 없었던 편이예요. 그래서 마음속에서는 이런 영화나 드라마를 찍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어요. 그래서 연습은 늘 돼 있었죠.(웃음) 극중에서 ‘너에게서 도망쳤던 모든 시간이 후회됐겠지’라는 대사가 너무 멋졌어요. 남들은 오글거린다고 하지만요. 그래도 서대영이니까 다 이해되는 것 같아요.”
극중 서대영과 본인의 싱크로율은 50%. 서대영의 상황이 닥친다면 100%가 될 것 같다며 웃는다. “제 안에 유시진도 있고 서대영도 있어요. 하지만 사령관의 딸을 사랑한다면 전 100% 서대영이 되겠죠. 이것도 결국 저라고 생각해요.”
사실 배우 진구와 그의 아내의 러브스토리는 꽤 유명하다. 몇 년 전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 “짝사랑하는 여자가 있다”고 고백해 큰 화제가 됐다. 그 이후 진구는 짝사랑을 이룬 ‘성공한 남자’가 됐다. 현재는 사랑하는 아내와 9개월 된 아들이 있는 한 집안의 가장이다. 결혼과 출산, 육아는 진구에게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만들었다. 더 프로다워졌다. 그런 일상의 변화들이 새로운 진구를 태어나게 했다. 실제로 인터뷰가 진행되는 도중 진구는 아내를 향한 애정을 은근하게 드러내며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아내가 정말 시청자의 입장으로 ‘태양의 후예’를 봐요. 지금껏 제가 동료 혹은 선후배 배우분들과 함께 시사회를 참석하며 영화를 봐서 그런지 제 작품을 보면서 눈물 흘리는 분들은 드물었거든요. 그런데 아내가 여자고 시청자의 입장에서 정말 제대로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를 보면서 극중 고 반장님이 돌아가실 때는 엄청 울고 있더라고요.(웃음) 또 서대영과 저는 완전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하하. 그래도 유시진 보단 서대영을 더 좋아해요. 유시진이 나오는 장면은 짜증을 내더라고요? ‘구원 커플’은 헤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하니까 훨씬 재미있다 칭찬도 해줬고요. 또 드라마를 보다가 한 번은 제게 ‘나도 한 손으로 안아줘’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렇게 귀여운 애교를 부릴 때는 그저 귀여워요.”
‘태양의 후예’는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내외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때문에 드라마 결말에 향하는 시청자들의 관심은 높다.
“후반에 갈수록 더욱 내용은 풍성하고 반전이 있습니다. 큰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죠. 김은숙, 김원석 작가님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던게 마무리를 정말 잘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시원했죠. 첫 장을 넘길 때는 ‘또 일 벌여 놓으셨네’라며 두렵다가도 한 권을 덮으면 확실히 속이 시원해요. 끝맺음이 확실하죠. ‘태양의 후예’도 제가 좋아하는 결말이에요. 우는 장면이 나올겁니다. 하하하.”
그간 진구의 작품을 살펴보면 ‘브로맨스’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 이 한 편만으로도 진구는 충분히 멜로 연기에서도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는 배우로 넓혀 가고 있었다.
“달라질 건 없어요. 똑같이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다음 작품과 그 다음 작품에 임할 예정입니다. 그 역할이 크든 작든 감사하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게 제 노하우였죠. 그러다보니 이렇게 운 좋게 제 2의 인생이 얻어걸리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웃음) 평가는 관객 분들이나 시청자분들이 해주시겠죠. 저는 그냥 연기만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아요. 흥행한 작품은 많지 않아도 꾸준하게 작품이 들어오는 걸 보면 저희 회사가 일을 잘하는 건지 제가 믿음직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잘 살고 있다는 것 하나는 확실한 것 같아요.하하하. 전 지금처럼 잘 살고 싶어요.”
배우 진구는 이제 확실하게 자신의 자리를 찾은 듯 보였다. 어떤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배우 진구가 될 것 같다. 진구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질문했다.
“좋은 배우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연기하는 모습을 보시면서 ‘쟤는 카메라 밖에서도 좋은 사람일거야. 좋은 가장 일거야’라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그렇게 늙고 싶어요. 아 잠깐만요. 생각해보니 죽기는 또 싫네요. 하하하하.”
이게 바로 진구에게 ‘사람 냄새나는 배우’라고 자신할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