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후폭풍] 스타트업 찾아간 구글, 대기업 찾아간 미래부

2016-03-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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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구글, 인공지능을 향한 엇갈린 행보

미래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지능정보산업 발전전략은 지능정보기술연구소의 설립이 핵심지만, 인(자료=미래부)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알파고(AlphaGo)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전세계적인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인공지능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스타트업은 없고 대기업 의존도가 높아 졸속 추진 논란이 일고 있다.

구글이 영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마인드를 찾아 공을 들이며 파격적인 가격에 인수한 것과 달리, 스타트업 지원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대기업 중심의 지능정보기술연구소 설립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4번째 대국을 펼치던 지난 13일, 최양희 장관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연구·개발(R&D)캠퍼스를 찾아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고 한국 인공지능 연구의 현주소를 주의깊게 지켜봤다. 

장관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적지 않은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시했다. 성과주의를 위한 대기업 옥죄기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 인공지능 스타트업 관계자는 22일 "정부가 추진하려는 연구소 설립이 민간주도 R&D 방식이고, 큰 규모의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대기업이 떠올랐을 것"이라며 "정부 계획처럼 인공지능 연구가 연도별로 추진된다면 연구의 자유도가 떨어져 효율도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7일 김용수 미래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지능정보사업 발전전략'을 발표했지만, 스타트업을 단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김 실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번 정책에선 중소기업이 배제됐지만, 정부가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을 언급한게 전부다.   

지난해 10월 '구글캠퍼스 서울'을 찾은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이 "한국에도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우수한 스타트업이 많다"고 극찬했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한 전문가는 "오히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을 통해 상생하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잘 살려서 인공지능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협업시키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었다면, 구글과 딥마인드라는 선례와도 연결돼 설득력이 더 높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IT업계의 혁신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프로세스와 속도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대기업의 경우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을 제품화하기까지 수많은 절차와 시간이 소요돼 시간이 생명인 IT업계에서 통하지 않는다. 

반면, 스타트업은 그 영역에 대한 전문기술을 축적하면서 습득한 노하우를 살려 신속하게 제품화시킬 수 있다. 스타트업의 장점을 살리면서 부족한 자금능력을 대기업이 지원하는 실리콘밸리식 선순환을 가장 잘 살려 성공한 것이 바로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다.

인공지능의 핵심기술인 딥러닝(심층학습)을 이용한 의료영상 분석 시스템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루닛'의 백승욱 대표는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한 것처럼 국내 스타트업도 대기업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스타트업 지원체계에서 인공지능 스타트업에게 자금 지원을 늘리는 등 기회를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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