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었던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표적 낙천이 가시화되면서 향후 여당 공천 내홍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아울러 청와대가 유 원내대표와 비박계 솎아내기로 일컬어지는 친박 주도 물갈이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지난 주 박 대통령의 대구경북 방문 역시 진박 예비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로 진행됐다는 선거 개입 논란까지 일면서 파장은 더욱 커질 기세다.
실제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지난 10일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 직후 대구 지역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해 이 결과를 공천 심사에 반영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를 놓고 ‘진박’ 예비후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박 대통령 방문 효과가 반영된 여론조사를 공천심사에 활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친박계 박종희 공천관리위원이 유 전 원내대표의 과거 ‘청와대 얼라’ 발언이 ‘국정 운영 뒷받침’ 당헌 규정에 위반된다고 밝히면서 쐐기를 박았다.
당내 비박계는 물론 전문가들 역시 뚜렷한 명분 없이 유 전 원내대표를 공천에서 배제할 경우 여론이 민감한 수도권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대구 지역에서는 ‘찻잔 속의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 여론조사기관에서는 대구 지역에서 유 전 원내대표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50% 가까운 지지율로 낙승할 것이라는 결과도 내놓고 있긴 하다. 그러나 유 전 원내대표 외 친유승민계 의원들은 대구 지역에서 당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에선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중요한 선거 변수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진박 예비후보들이 후보로 공천되기만 한다면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것이다.
다만 박 대통령이 대구·경북(TK) 등을 제외한 수도권의 지역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40%대를 안정되게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지지율보다 너 높게 나오고 있어 당 득표율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청와대는 이번 총선에서 만에 하나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지거나 당내 비박계가 20대 국회에 대거 진출할 경우 박근혜정부가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지역에서 진박 후보들이 낙선하게 되면 집권말·퇴임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교두보가 사라지는 셈이다.
박 대통령은 총선 개입 논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경제활성화를 위한 현장 행보를 더욱 재촉할 계획이어서 총선의 또다른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25일과 지난 10일 대전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박 대통령은 다른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 방문도 계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