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소속 부기장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조종사 업무가 뭐가 힘드냐’는 취지의 댓글을 직접 달며 설전을 벌였다.
2015년 임금협상 결렬에 따라 쟁의행의 중인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조 회장이 허위사실을 적어 다수의 조종사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조 회장은 직접 댓글을 달았다. 그는 “전문용어로 잔뜩 나열했지만 99%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해주고, 기상변화는 오퍼레이션센터에서 분석해준다”며 “조종사는 GO, NO GO(가느냐, 마느냐)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AUTO PILOT(오토 파일럿·자동항법)으로 가는데”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 과시가 심하네요. 마치 대서양을 최초로 무착륙 횡단한 린드버그 같은 소리를 하네요. 열심히 비행기를 타는 다수 조종사를 욕되게 하지 마세요”라고 적었다.
이 같은 댓글에 다른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진짜 조 회장이 맞는지 해킹을 당한 것은 아닌지 헷갈려했으며 한 이용자는 "진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님이 맞나요"라는 댓글을 써 신분 확인을 시도하기도 했다.
대한항공 측에 확인한 결과 조 회장이 직접 댓글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회장이 조종사 업무를 폄하는 듯한 뉘앙스가 담긴 댓글을 직접 남기면서 겨우 재개된 대한항공 노사간 임금협상이 헛바퀴를 돌 것으로 우려된다.
대한항공 노사는 오는 16~17일께 협상재개 선언 이후 첫 상견례를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조종사 노조가 조 회장의 발언을 문제삼아 법적대응 검토에 들어가면서 향후 협상이 제대로 재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고소·고발을 포함한 여러 검토에 나섰다. 노조 관계자는 "조 회장은 잘못된 정보로 조종사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냐"며 "댓글 내용 자체가 조종사들에게 매우 자존심이 상하는 내용으로, 충분히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 회장은 지난 2일 47돌을 맞은 대한항공 창립기념일 행사에서 임직원에게 이기주의를 버리고, 책임을 다하는 ‘칼맨(KALMAN)’이 되자고 주문한 바 있다.
당시 조 회장은 대한항공 노사가 임금협상을 두고 갈등이 지속되자 쟁의행의 중인 조종사 노조를 염두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는 “우리안의 ‘이기주의’를 철저히 버려야 한다. 저마다 다른 견해를 조정하려면 소통과 신뢰가 중요하다”면서 “특히 부서 이기주의는 조직의 의사결정을 지연시키고 환경에서 찾아오는 기회를 걷어차게 하는 병폐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