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인간 이세돌이 드디어 인공지능 알파고를 눌렀다.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4국 대결에서 승리한 뒤 환한 얼굴로 인터뷰 장에 들어섰다.
◆ "이번 1승 무엇과도 못바꿔"
그는 “이번 1승은 그 전의 무엇과 앞으로도 바꾸지 않을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1승이다. 격려 덕분에 한 판이라도 이긴 것 같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어진 일문일답에서 이세돌은 알파고가 노출시킨 약점은 2가지라고 지적했다. 이 9단은 "(알파고가) 기본적으로 백보다 흑을 힘들어 하는 것 같다" 면서 "또 자기가 생각하지 못했던 수가 나왔을 때 일종의 버그 형태로 몇수를 뒀다"고 말했다.
최근 일고 있는 정보 비대칭문제에 대해서는 "물론 알파고에 대해 처음부터 어느 정도 정보가 있었다면 수월했겠지만 기본적으로 제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다"면서 큰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3연패를 당한 것에 대한 충격을 묻자 충격이 아예 없었다고는 말했지만, 대국을 중단시킬만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9단은 "백으로 이겼기 때문에 마지막에 흑으로 이겨보고 싶다"면서 "흑으로 이기는 게 더 값어치가 있어서 해보고 싶다"면서 도전 의지를 붙태웠다.
◆ 구글 "이세돌 훌륭한 경기 펼쳐"…"영국 돌아가서 문제점 보완할 것"
구글 딥마인드 CEO 하사비스는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축하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세돌 9단이 매우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면서 "알파고에게 굉장히 버거운 상대였다"고 말했다. 이어 "알파고는 초반에 스스로 우세한 형세라는 추정값을 냈지만, 이세돌 9단의 묘수와 여러 복잡한 형세에 기인해 실수가 나오는 국면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패배는 알파고에게 매우 소중한 경험"이라며 "영국으로 돌아가 기보를 면밀히 분석할 것이고, 여러 통계 수치를 통해 어떤 것이 문제였는지 파악해 향후 알파고를 개선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실버 박사는 "알파고가 스스로 학습해 축적한 지식에는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저희가 바둑기사가 아니어서 그 허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치른 것"이라고 밝혔다.
실버 박사는 "오늘 대국에서 중앙 수순을 보면 이세돌 9단에게 알파고가 많이 밀렸는데, 이것이 알파고의 한계와 약점을 노출한 것"이라며 "이를 분석해 시스템 개선에 활용하고 미래 진보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허사비스 CEO는 알파고가 상대방의 수준에 맞춰 실력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면서 "알파고는 상대가 누구인지, 형세가 어떤지와 무관하게 상대가 최고의 수를 놓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스스로 승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를 계산해낸다"고 답했다.
알파고가 이날 대국에서 실수한 것이 시스템 오류와 같은 위험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는 "알파고는 아직 프로토타입으로 단점을 계속해서 발견하는 단계"라며 "의료·보건 영역과는 차이가 있고, 그 영역에 적용한다면 더 엄격한 소프트웨어 시험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각에서 제기된 '정보 비대칭성' 문제제기에 대해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의 기풍에 맞춰 훈련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 아마추어 바둑 게임에서 시작해 일반적인 바둑 학습을 했기 때문에 정보가 대등하다고 본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