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중국의 세계 최대 민간 상업용 드론 제조업체 DJI가 12일 서울 한복판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자생력이 부족한 국내 드론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전 세계 드론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DJI는 국내 고객을 상대로 드론을 직접 판매하고, 플래그십 스토어 내에 제품 체험존과 제품 쇼케이스, A/S센터를 갖춰 고객 속으로 적극 파고든다는 계획이다.
문태현 DJI코리아 한국 법인장은 한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이유에 대해 “한국은 88%가 3G 이상의 모바일을 이용할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갖췄다는 점과 한국 소비자 수준이 높기 때문”이라며 “이런 장점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콘텐츠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DJI는 최근 드론 시장 확대를 위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올해 초 루프트한자(Lufthansa) 항공과 제휴를 맺고, 상업용 드론 개발에도 착수했다. 높은 곳에 위치한 풍력발전 설비의 날개 부분을 점검할 수 있는 드론 활용을 위한 시험을 진행 중이고, 표면 온도를 측정하는 센서와 카메라가 탑재된 드론을 이용해 비행기 기체를 점검하는데 활용하기로 했다.
국내 드론 제조업체 엑스드론의 진정회 대표는 13일 DJI의 한국 진출에 대해 "현재 국내 드론 제조사는 플래그십 스토어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자생력이 없는 상황에서 DJI가 국내에 진출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 대표는 "DJI가 지배하는 민간 상업용 드론 시장은 이제 한계점에 도달한 측면이 있다"며 "시장규모가 더 큰 임무형 무인기, 공공수요 분야에서는 국내 업체들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재영 ETRI 위성항공ICT연구부장은 "최근 DJI가 농업용 드론을 출시하면서 민간 상업용을 벗어나 공공수요 시장도 개척하려는 것 같다"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DJI는 중국 선전(深圳)에 본사를 두고 있다. 선전은 애플 아이폰의 주요 생산 거점이라는 이점을 살려 드론 생산기지로 떠오르는 곳이다. 스마트폰과 드론에 탑재된 GPS(위성항법장치), 센서, 고성능 배터리 등 부품이 같거나 비슷해 이곳의 많은 기업들이 드론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DJI의 활약과 달리 중국 국내 무인기 시장은 아직 초보적 단계지만, 미국처럼 군이 무인기 기술을 견인하면서 방재와 치안유지를 위한 드론 활용이 급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민간 상업용 무인기 시장도 성장하고 있으며 오는 2020년에는 500억 위안(약 9조원) 규모까지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