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이인찬 SK브로드밴드 사장의 '일의고행'(一意孤行)'

2016-03-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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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일의고행'(一意孤行),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지 아니하고 자기 혼자만의 생각을 실행해 나간다는 사자성어다. 즉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자기 생각만 고집한다는 말이다. 최근 SK브로드밴드가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인찬 사장의 모습이 이러하다. 이날 SK브로드밴드는 CJ헬로비전과의 합병법인이 앞으로 나아갈 청사진을 발표했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법인은 국내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향후 1년간 3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고, 재투자를 통해 향후 5년간 총 5000억원 규모를 콘텐츠 산업 생태계에 투자할 계획도 내놓았다. 

언뜻 보면 장밋빛 전망이다. 조성된 펀드는 콘텐츠 제작에 2200억원을 투자하고 관련 스타트업 활성화에 1000억원을 지원, 아울러 1800억원을 재투자한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5000억원 가운데 재투자하겠다는 1800억원은 향후에 펀드 운용을 통해 수익을 내야만 하는 것이고, 3200억원 중 1700억원은 투자를 유치해야만 할 돈이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이 출자하겠다는 1500억원도 이미 1000억원은 지난해 발표한 금액이 포함됐다. 결국 이번 간담회에서 확정된 추가 투자액은 500억원인 셈이다. 게다가 SK브로드밴드는 오는 5월에나 펀드 설명회를 열어 운용사를 모집할 예정이고, 7월에서야 펀드를 결성, 운용한다.

특히 이날 이인찬 사장의 투자계획 발표는 이미 합병법인 탄생을 전제로 한 설명이었다. 정부의 승인이 아직 떨어지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간 합병을 정부가 승인하지 않았을 때 투자계획을 묻는 말에 이인찬 사장은 "투자는 계속되나 합병 승인이 안 된다면 투자는 상당히 축소되거나 지연될 것"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이 사장은 "합병 승인 불허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도 말했다.

물론 SK브로드밴드의 전망대로 진행만 된다면 청사진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정부의 합병 승인 여부에 따라 SK브로드밴드가 밝힌 장밋빛 전망은 한순간에 장밋빛 환상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 지금 좀 더 신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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