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방식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한 지 1년도 채 안돼 한 달에 2000만 위안 어치 물건을 팔아 100만 위안(약 1억8500만원)의 수익을 벌어들인 중국 스타트업이 있다. ‘중국판 다이소’로 불리는 쥐안피닷컴(卷皮網)이다.
쥐안피라는 이름은 구이저우(貴州)성 길거리 음식에서 따 왔다. 새콤달콤한 면 요리인 쥐안피는 구이저우성에 가면 거리마다 널려있어 누구든지 쉽게 접할 수 있는 서민 음식이다. 구이저우성 출신인 황청쑹(黃承松) 쥐안피닷컴 창업자는 여기에 착안해 이름 지었다. 누구든지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서민들의 온라인쇼핑몰이란 뜻이다.
쥐안피닷컴은 이렇게 처음부터 서민층을 겨냥했다. 대학 시절 학비를 털어 창업을 한번 했다가 쫄딱 망한 적 있는 뼈아픈 경험에서 나온 발상이었다. 황 대표는 서민들에게 질 좋은 '싸구려'를 팔자는 목표로 재창업에 도전했다.
주콰이유는 오픈 1년도 채 안돼 월 거래액 2000만 위안, 이용자수 1000만명 돌파 기록을 달성했다. 거래액의 5%만 수수료로 떼도 주콰이유는 한달에 100만 위안의 수입을 버는 셈이었다.
서민들의 지갑을 여는 데 성공한 황은 잇달아 100위안(약 1만8000원) 이하 전문 쇼핑몰 쥐안피닷컴을 만들며 아예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시작했다. 주콰이유는 쥐안피왕의 서브 브랜드로 넣고 이름도 쥐안피9닷컴으로 바꿨다.
여성복에서부터 남성복·피혁·영유아용품·가구·화장품·디지털·식품·문구류 등 십여종 품목의 물건을 판매했다. 재구매 비중이 60%에 달할 정도로 한 번 방문한 소비자들은 쥐안피닷컴을 또 찾았다. 쥐안피닷컴이 문을 연 당해 연간 매출액은 1억 위안도 가뿐히 돌파했다.
창업 3년도 채 안된 쥐안피닷컴 고객 수는 3000만여 명을 돌파했다. 2014년 연간 거래액은 25억 위안(약 4600억원)으로 하루 평균 주문량 20만 건 이상, 월 거래액이 수억 위안에 달했다. 현재 쥐안피닷컴을 찾는 고객 수는 하루에 20만명. 중국 도심의 일반 쇼핑센터의 일주일 방문고객에 상당하는 정도다.
쥐안피닷컴의 핵심은 싸구려를 파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 수 백명의 상품기획자(MD)들이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을 갖춘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체를 발굴하는데 집중한다. 매일 오전 10시엔 MD들이 엄선한 신상품을 한정된 시간에 할인 판매하는 일종의 ‘헝그리 마케팅’도 전개하며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첨단기술 기업들이 몰려있어 중국의 '광밸리(光谷)'로 불리는 우한(武漢)기술개발구에 본사가 위치한 쥐안피닷컴은 현재 선전, 베이징에도 지사를 가지고 있다. 창업초기 10명도 채 안되던 직원 수는 이제 130~140명이 넘는다.
사세가 확장되자 돈도 몰리고 있다. 쥐안피닷컴은 2014년 2월 5000만 위안 A급 투자를 유치한데 이어 같은 해 12월 3500만 달러(약 425억원)의 B급 투자도 소프트뱅크 아시아 인프라스트럭처 펀드 등으로부터 유치했다. 소프트뱅크는 투자 당시 “혁신능력과 성장 모멘텀을 가진 온라인쇼핑몰 기업을 드디어 찾았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그럼에도 황청쑹 CEO는 항상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 그의 별명은 사내에서 ‘샤오차이(小菜)’, 중국어로 밑반찬이다. 보잘것없음을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겸손함 속에 자신감도 숨겨져 있다. 그의 좌우명이 ‘샤오차이가 되지 말자’인 이유다. 끊임없이 도전해 샤오차이가 아닌 위대한 기업인이 되는 게 그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