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미학]요리에 스며든 신데렐라 스토리

2016-03-0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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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기수정 기자 =새엄마와 질투 많은 언니들에게 끊임없이 구박을 받으면서도 항상 긍정적인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신데렐라에게 왕자님의 무도회에 참석할 기회가 주어진다. 붉은 빛 립스틱 옅게 바르고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신데렐라는 영롱하게 빛나는 유리구두를 신고 화려한 호박마차에 오른다. 12시가 되기 전까지 집에 돌아와야 한다는 요정의 말을 뒤로 하고…

멋진 왕자님을 만나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는 신데렐라. 하지만 시계바늘은 야속하게도 12시를 가리키고 있다. 마법이 다 풀리기 전, 신데렐라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성급히 궁전을 빠져나오던 신데렐라는 그만 유리구두 한짝을 계단에서 잃어버린다.

왕자도 아쉽다. 신데렐라의 이름도 모른 채 헤어진 왕자는 유리구두에 발이 맞는 아가씨를 찾아 온 나라를 헤맨다. 그의 집념 덕에 유리구두의 주인 신데렐라를 찾아내는데 성공하고 둘은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다.

어릴적 신데렐라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읽으며 성장했지만 환경적 요소에 짖눌려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 일상을 보내는 우리, 신분 차를 극복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비현실적인 스토리 쯤으로 단정지어버리고 싶을때 쯤, 그녀와 왕자의 순결한 사랑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 사랑스런 요리를 맛보았다. 

지난 6일 연남동에 문을 연 익스페리멘탈 퀴진 '모던이스트'에서 맛볼 수 있는 신데렐라 콘셉트의 3코스 요리다. 매 시즌마다 ‘동화’같은 스토리를 요리에 입힐 계획인 모던이스트의 봄시즌 스토리는 바로 신데렐라였다. 

동양권에 속한 우리나라에서 구하기 손쉬운 식재료를 활용해 선보이는 이 요리에서는 "요리는 단순히 경험이나 노력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철저히 과학적으로 계산된 요리를 한다"는 최종문 오너셰프의 철칙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붉은 립스틱을 형상화 한 아무즈 부쉬[사진=기수정 기자]

음식을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옷을 입은 홀 지배인은 검은 파우치에서 붉은 립스틱을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비트와 발사믹 식초를 재료로 한 붉은 립스틱 모양의 아무즈 부쉬(식당에서 주는 무료 애피타이저)다. 
 

당근과 호박씨, 설탕공예가 어우러져 호박마차 느낌을 낸 에피타이저 [사진=기수정 기자]


이어 설탕공예를 통해 호박마차를 형상화(당근과 오렌지 푸레, 호박씨를 재료로 했다.)한 에피타이저 ‘호박마차(The Pumpkin Carriage)’가 나오더니 이내 두툼한 항정살로 만든 메인 스테이크 ‘12시 계단(The Stairs at 12 o’clock)’까지 등장한다. 소스는 유리구두에 담아 뿌려준다. 
 

두툼한 항정살을 기본으로 한 메인 스테이크. 소스를 유리구두에 담아 준다. 소스를 뿌린 후에는 유리구두만 가져간다.[사진=기수정 기자]

소스를 뿌린 후 유리구두를 가져가버리는 홀 지배인. 유리구두를 잃어버린 신데렐라의 마음으로 앉아있을 때 유리구두 한짝을 갖고 신데렐라를 찾아헤매던 왕자님처럼 진짜 유리구두(사실은 유리구두 모양의 레몬 프로즌 요거트, 스트로베리 셔벗이다.)를 디저트로 만들어 서빙한다. 
 

홀 지배인이 가져간 유리구두는 프로즌 요거트로 재탄생해 다시 등장한다.[사진=기수정 기자]

아무즈 부쉬부터 디저트까지 각각의 요리에서 신데렐라 이야기의 전개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보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은 기본이다. 잊고 있던 동화 속 스토리를 고스란히 재현해 낸 요리 덕에 어릴 적 추억에 젖어보는,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것, 이렇게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요리 가격이 얼마냐는 거다. 신데렐라 코스 요리 완성체 가격은 3만3000원. 다른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여기에 1만7000원만 추가하면 각 코스마다 와인을 페어링해 맛볼 수도 있다. 물론 병 와인도 2만원대부터 시작한다. 특히 2016 스프링 시즌에는 오픈을 기념해 3월 말일까지 한시적으로 콜키지 프리로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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