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미국 상무부가 중국 ZTE(中興通訊·중싱통신)에 대한 미국 제품 수출 금지를 공식화하자 중국 정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최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북핵과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지정학적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경제·무역 분야에서 또 다시 갈등을 빚게 됐다.
미국 상무부는 7일(미국 현지시간) 공식 사이트를 통해 ZTE에 대한 전세계 기업의 미국산 설비·부품 수출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012년 미국 대(對)이란제재 조치의 일환인 이란수출금지령을 어기고 수백 만 달러 규모 미국 기업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제품을 이란 통신업체에 넘겼다는 것이 이유다. 미국 상무부과 확보한 ZTE 내부 기밀 문서에 따르면 당시 ZTE가 이란 외에 수단, 북한, 시리아, 쿠바 등 5개국과 거래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상무부는 8일 오전(중국 현지시간) 사이트에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의 ZTE에 대한 제재조치를 중국은 매우 불만스럽게 생각하며 강력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ZTE는 글로벌 기업으로 수백여 미국 기업과 광범위한 무역·투자 거래를 하며 미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이번 결정은 중국 기업의 정상적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것으로 중국은 이와 관련해 미국과 교섭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중국 외교부도 로이터 통신 등의 관련 사전보도를 접하고 미국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중국은 미국이 자국법을 기반으로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해왔다"면서 "중국은 미국이 잘못된 결정으로 양국 경제·무역협력과 관계를 훼손하지 않길 바란다"는 강력한 메시지도 전했다.
ZTE는 이미 지난 6일 "ZTE는 각국 법률을 준수하고 투명한 글로벌 기업으로 현재 이번 사태가 회사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상태다. 주식거래도 중단됐다. ZTE는 7일 오후 공시를 통해 "미국 상무부의 제재 조치가 기업 경영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7일부터 주식거래 중단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ZTE는 1985년 설립돼 현재 160개 지역 및 국가에서 활약하고 있는 중국 대표 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제조업체다. ZTE의 미국 부품 의존도가 어느 정도인지 확실히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이번 수출 금지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미국 시장에서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 기업을 견제하는 조치라는 해석도 나왔다. 최근 ZTE는 미국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ZTE의 미국 200~400달러 가격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3년 11%에서 지난해 30%로 크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