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용성 베이징 특파원 윤은숙 기자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던 소로스를 맹비난했던 중국 정부가 이제 화살을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로 돌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3일 중국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무디스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십자포화를 가했다.
무디스는 2일 중국의 신용등급은 'Aa3'로 유지한 채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가 중국의 재정지표와 외환보유액 감소, 개혁 이행 불확실성을 근거로 제시한 것에 대해 통신은 중국 외환보유액은 국내총생산액(GDP)의 32%에 달하고, 지난해 재정적자 규모도 GDP의 2.3%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중국 정부의 채무상환 능력은 수많은 서방 주요국가보다 훨씬 뛰어나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통신은 무디스의 중국 신용등급 전망 하향이 "해외 기관의 중국경제에 대한 일종의 습관적 폄하"라며 "공평·타당성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낙후성이 존재하며 전망성도 결여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방의 신용평가기관의 신용평가에 대해 오래 전부터 의구심이 제기되며 그 권위와 중요도가 모두 줄어들고 있다"고 폄하했다.
인민일보 해외판도 이날 메이신위(梅新育) 중국 상무부 연구원의 기고문을 통해 "무디스가 잘못된 판단을 했다"며 "무디스의 시장 영향력이 이번에 도전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정부는 서방의 신용평가기관은 신용자문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갖고 서방국가 신용등급은 올리고 신흥국가는 낮추는데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무디스는 3일 국가 신용등급 전망 하향에 이어 중국 국유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대거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고 추가 발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등급 전망이 낮아진 국유기업은 38개로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을 비롯해 씨틱(中信)그룹, 중국건축(CSCEC), 중국야금(MCC) 등이 포함됐다.
무디스는 전날 국가신용등급 전망의 하향 조정에 이어 중국공상은행(ICBC), 중국은행과 중국농업은행, 중국건설은행 등 25개 금융기관의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내렸다. 국책은행 3개, 시중은행 12개, 자산운용사 3개 등의 전망이 하향됐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서구에서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올 때마다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헤지펀드 대가인 조지 소로스가 지난 1월 21일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중국의) 경착륙은 피할 수 없다"며 "이는 앞으로 벌어질 일이 아니라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중국의 반응은 격렬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지난 26일 사설에서 아시아 통화 하락에 돈을 걸었다고 밝힌 소로스의 영향력으로 인해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아시아 각국 화폐가 심각한 투기성 공격에 직면했지만 이런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같은 달 28일 사설에서 소로스의 위안화 절하에 배팅은 '식탁 위에 날아다니는 한마리 파리' 처럼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비아냥 거리기도 했다.
리커창 총리는 같은달 28일 상공인들과 좌담회에서 "근래들어 국제적으로 중국 경제를 '공매도'하려는 소리가 나온다"면서 "일부는 심지어 중국 경제의 둔화가 전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하는데, 대체 어느 곳의 논리인가"라고 소로스를 비난하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현재 중국은 무디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피치 등 3대 신평사가 주도하는 현 국제 신용평가 시스템에 대항하기 위해 다궁(大公), 청신(誠信), 롄허(聯合) 등 자국의 국제신평사들을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신용평가에 있어 국제적인 신뢰를 확보하지 못해 공신력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