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 "FBI 요구는 시민의 사생활과 안전 침해하는 위험한 선례"
애플과 수사당국의 대립은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연방지방법원이 지난달 16일 (이하 현지시간) 내린 명령에서 출발한다. 이날 리버사이드 연방지방법원은 연방수사국(FBI)이 샌버너디노 총기 테러범인 사예드 파룩의 아이폰에 담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애플이 잠금 해제를 도와줘야 한다고 명령했다.
그러나 애플은 이에 반발해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신청서를 하원의 법사위원회에 지난 25일 제출했다. 애플 측은 소프트웨어는 언론의 자유로 보호되는 대상이며, 자사의 신념에 어긋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라는 주장은 미국 수정 헌법 1조와 5조를 위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팀 쿡은 지난 26일 열린 애플 주주총회에서도 "애플이 FBI의 사용자 개인정보 접근 요청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혀 지지를 얻기도 했다.
◆ 도넘은 사생활 침해 VS 합리적 지원 필요
법원들의 입장도 갈리고 있다. 지난 16일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연방지방법원은 애플이 수사당국을 위해 합리적인 지원을 해야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 29일 뉴욕 브루클린 연방지방법원은 애플이 미국 수사당국의 요청대로 마약상의 아이폰의 잠금장치를 해제해줄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고 CNN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마약단속국(DEA)과 연방수사국(FBI)은 2014년 6월 필로폰의 주 원료인 메스암페타민 거래 용의자의 아이폰을 압수하고 애플에 잠금장치 해제를 요청해왔다. 하지만 법원은 이러한 당국의 요청이 과도하고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제임스 오렌스타인 치안판사는 당국의 요청이 헌법 정신을 해칠 수 있으며, 의회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렌스타인 판사는 "의회가 (현재 당국의 요청과) 같은 결과를 내는 법안을 검토하다가 아직 이를 채택하지 않았다"며 현재로서는 사법 당국이 애플에게 명령에 따르라고 강요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이해관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이전 세대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기술과 문화적 현상을 다룰 능력이 있는 의원들이 이 문제와 관련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 대변인은 재판 결과에 실망했다면서 조만간 항소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IT기업, 언론기관, 시민단체 등이 애플을 지지하고 있다. WP는 25개 이상의 IT 기업과 언론기관, 시민단체가 오는 4일 애플을 지지하는 법정조언자(friend of the court) 의견서를 낼 것이라고 관련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법정조언자 의견서는 소송과 무관한 제3자가 법원의 판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제출하는 서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