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2016년 4·13 총선을 시작으로,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대선), 2018년 제7대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 등이 잇따라 열린다. 특히 차기 총선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산물인 ‘87년 체제’, 외환위기를 초래한 ‘97년 체제’ 이후 새로운 질서를 가늠하는 이른바 ‘정초(定礎) 선거’가 될 전망이다.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서거로 촉발된 민주화 시대의 역사 재평가작업과 맞물려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키는 국민이 쥐고 있다. <편집자 주>
20대 총선을 앞두고 ‘묻지마 식’ 예비후보자 등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오는 4·13 총선 예비후보자 10명 가운데 4명 가량이 범죄 행위로 처벌을 받았던 ‘전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19대 총선 당시보다 약 20%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예비후보자 중에는 전과 10범과 살인 미수 혐의자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인사청문회 3종 세트 중 하나인 논문표절도 적지 않았다. 부적격 후보자의 공천 및 당선에 따른 ‘외부비용’ 발생이 불가피한 셈이다. 선거 때마다 ‘도덕성’을 앞세워 공천 개혁을 부르짖는 여야의 혁신 경쟁이 무력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실 정치판이 짐승의 비루함과 야수성을 내포하는 ‘누아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시급히 공직선거법(공선법) 개정은 물론 각 당의 공천 시스템 개편을 통해 예비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총선 예비후보자 1448명(16일 기준) 중 전과자는 37.6%인 544명이다. 19대 총선 예비후보자 대비 20.1% 상승한 수치다. 후보자 1인당 평균 1.8건(총 범죄행위 수 973건)의 전과다.
2014년 공선법 개정으로 신고대상 전과 범위 확대(금고 이상→벌금 100만원 이상)에 따른 수치의 증가지만,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공당의 예비후보라는 점에서 문제점이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과 건수별 비율은 전과 1범 60.8%(331명) > 전과 2범 19.9%(108명) > 전과 3범 9.0%(49명) > 전과 4범 이상 56명(10.3%) 등의 순이었다. 손종표 무소속 예비후보(대전 대덕구)는 전과 10범((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음주운전 등)으로 가장 많은 범죄 전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 내 비율은 정의당 63.4%(26명) > 더불어민주당 45.6%(146명) > 국민의당 32.6%(61명) > 새누리당 32.2%(250명) 순이었다. 진보정당 비율이 높은 것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투옥된 전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논문표절 새변수 되나…곳곳서 난타전
징역형 이상을 선고받은 예비후보도 있었다. 새누리당에선 임춘목(서울 중구·살인미수) 김승제(서울 구로갑·장물취득) 김경업(서울 구로을·폭력) 정재선(서울 관악갑·존속상해) 최기덕(천안갑·명예훼손) 김인태(광주 서구을·사기) 김한표(거제·뇌물), 더민주에선 송갑석(광주 서구갑·집시법) 은수미(성남 중원·국가보안법) 정의당에선 조명래(대구 북구을·집시법) 예비후보 등이다.
논문표절도 변수다. 정치권 내부에서 장관 낙마 1순위인 논문표절 의혹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감지, 각 후보진영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새누리당은 인천 남동갑 예비후보로 등록한 문대성 의원, 더민주는 문재인 전 대표의 영입인사 4호인 김선현 차의과대학교 교수의 논문표절로 곤욕을 치렀다. 논란이 일자 김 교수는 자진 사퇴했다.
곳곳에서 난타전도 전개되고 있다. 새누리당 경북 상주에 출마한 남동희·박영문·성윤환 예비후보는 “김종태 현 의원의 박사학위 논문이 대량 표절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안산 단원을 허숭·이혜숙 예비후보도 박순자 예비후보의 논문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박 예비후보는 법적 대응을 천명한 상태다. 안산 상록을 더민주 소속인 김철민 예비후보의 논문표절 의혹도 끊이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조사위 구성 여부에 대해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예비후보는 민선 안산시장 가운데 검찰에 기소당하지 않은 유일한 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전과 4범과 탈당 전력, 시장 시절 비서실장의 의문의 자살 의혹 등에 휩싸인 만큼, 공천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행 공직선거법은 죄명과 형벌, 획정일자만을 선거공보에 게재토록 하고 있다”며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보다 상세한 범죄 사실이 공보물에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