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책을 만나다] 역사를 움직이는 두 개의 바퀴…논쟁 그리고 공감

2016-02-24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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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전쟁 | 호세 무히카 조용한 혁명 | 우주의 통찰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기상청에 따르면 올봄 꽃샘추위는 4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밀린 집안 일, 미뤄놓았던 드라마 시청,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만으로도 주말이 분주할 지경인데 날씨까지 춥다고? 외출은 엄두를 못 내도 집에서 '정신적 외출'을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는지. 책 한 권만 슬렁슬렁 읽어도 다가오는 한 주가 달라질 수 있다.

◆ <역사전쟁> 심용환 지음 | 생각정원 펴냄

<역사전쟁>                                            [사진=생각정원 제공]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
정부는 지난해 11월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발표했다. 기존 교과서의 내용이 편향되었기 때문에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특히 패배적 사관에 빠져있는 '종북 좌파' 역사학자들이 서술한 교과서는 아이들에게 패배의식만 줄 것이기 때문에 국정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역사 전문 강사이자 대학생 인문학 공동체 '깊은 계단'의 대표 심용환은 이에 대해 "역사의 해석은 보장돼야 하지만, 해석이 사실을 바꾸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실체가 없는 이념 논쟁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 마디로 "한국사 서술이 길을 잃었다"고 말한다. 

<역사 전쟁>은 뜨거운 감자인 한국사 핵심 이슈와 교과서 국정화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는다. 책은 유럽과 동아시아, 북한 등 세계 역사 논쟁을 통해 한국의 역사 논쟁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데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이어 '대한민국이 1948년에 수립됐다'는 주장, 이승만의 건국과 박정희의 부국(富國) 위주 역사 서술 등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한다.

책은 또한 위축되고 있는 민주화·시민사회의 역사 등 한국사의 주요 쟁점을 톺아보며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실증주의 역사학에서 출발해 민중사관과 포스트모던 역사학으로 이어지는 한국 역사학계의 자발적이고 역동적인 연구 성과를 소개한다. 끝으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최초 검정통과분)를 비교·분석하며 역사 왜곡의 현실과 뉴라이트 학계를 깊숙이 들여다본다. 

저자는 "국가가 역사에 간섭하는 경우는 조선왕조 500년에서도 유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역사는 학계의 논쟁에서 출발하여 시민들의 공감 속에서 서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364쪽 | 1만6000원

◆ <호세 무히카 조용한 혁명> 마우리시오 라부페티 지음 | 박채연 옮김 | 부키 펴냄 

<호세 무히카 조용한 혁명>.[사진=부키 제공]

"장님 중에 가장 나쁜 장님은 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
우리 사회엔 '진영논리'라는 게 있다. 보수든 진보든 자신이 속한 쪽의 주장은 논리·객관성·합리성 등을 따지지 않고 받아들이지만, 상대 쪽의 그것에 대해서는 무작정 비토하고 반박하는 자세나 행위를 뜻한다. 이러니 제아무리 훌륭한 지도자가 나온다고 해도, 내 진영의 이익과 다른 행보를 보인다면 그를 선뜻 지지하긴 어려울 수밖에.

이같은 진영논리를 피해갈 수 없었던 우루과이의 한 대통령이 있다.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았고, 역대 우루과이 대통령 가운데 전 세계 언론과 가장 많이 인터뷰한 스타 정치인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나라 안에서 좌우파를 막론하고 정치인과 지식인에게 지속적으로 공격당했다. 그의 이름은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제46대 대통령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를 "지혜로운 사람"이라 했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신념있는 인권의 옹호자"라고 평했다. 그는 2013년과 2014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으며,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히기도 했다. 52%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고, 퇴임할 때는 65%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아름답게 퇴장했다. 이 책은 우리에게도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로 알려진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 얘기다.

현직 기자이자 정치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소박하고 청렴한 '인간 무히카' 너머 '대통령 무히카'의 모습을 세밀하게 포착한다. 특히 이념적·교조적·폭력적이지 않으면서, 국민의 삶을 더 낫게 바꾸려는 무히카의 시도를 그는 '조용한 혁명'이라 부른다. 그리고 아마 이런 점이 무히카가 결코 '위대한 대통령'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루과이는 무히카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일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무히카가 시도한 개혁 정책들과 그 과정에서 맞닥뜨린 현실의 벽, 대통령의 고민과 열정, 성공과 실패 등을 통해 진정한 리더는 어떠해야 하는지, 우리가 원하는 지도자는 어떤 모습인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336쪽 | 1만5000원

◆ <우주의 통찰> 앨런 구스 外 지음 |존 브록만 엮음 |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펴냄

<우주의 통찰>                                            [사진=와이즈베리 제공]


우주과학 거장들이 들려주는 우주의 기원과 미래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마션' 등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던 우주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예전보다 높아졌다는 방증일까? 과학계 역시 지난 2012년 우주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인 '힉스 입자'의 존재를 밝혀낸 데 이어, 최근 중력파 관측에도 성공하며 우주 연구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하고 있다. 

지금의 우주를 만든 것과 우주를 관통하는 만물의 법칙은 무엇일까? 이런 원초적 궁금증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자 출판사 와이즈베리는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의 넷째 책 <우주의 통찰>을 펴냈다. '엣지' 시리즈는 이 시대 최고의 인문과학 도서 편집인으로 평가받는 존 브록만이 1996년 창립한 지식 프로젝트 모임인 '에지'(Edge)에서 엄선한다. 그동안 모임의 지적 성과를 담은 인터뷰, 기고문, 강연문 등의 글 가운데 대중에게 가장 중요한 지식으로 손꼽히는 테마들을 마음, 문화, 생각, 우주, 생명 등 다섯 가지 분야로 집대성했다.

<우주의 통찰>은 중력파 발견으로 검증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진 '급팽창 이론'의 창시자인 앨런 구스를 비롯해 '순환우주론'을 제창한 폴 스타인하르트, '다중우주론'의 선구자 안드레이 린데 등 1980년대부터 30여년간 우주론의 황금기를 이끌어온 대표 석학 21인과 핵심 쟁점을 소개한다.

입자물리학에서부터 천체물리학, 천문학, 실험물리학, 응용수학, 과학철학까지 우주론의 근본이 되는 각 학문 권위자들의 연구와 최첨단 트렌드가 응집된 이 책은 우주 과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심도있게 짚어준다. 

528쪽 |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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