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TV] '종영' 드라마 '엄마' 진짜 엄마들의 삶 녹여낸 명품 드라마

[사진=MBC '엄마' 마지막회 하이라이트 영상 캡처]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 지난 21일 MBC 주말 드라마 ‘엄마’(극본 김정수·연출 오경훈 장준호)의 마지막 회가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신부전증으로 생명이 위태로워 진 김윤희(장서희 분)와 딸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신장 한 쪽을 떼주는 엄마 윤정애(차화연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모두가 몸을 사리고, 젊은 자식들이 기부해야 한다고 말하는 시점에 “모두가 내 자식”이라고 울부짖는 차화연의 연기는 주말 안방극장을 눈물로 적셨다.

드라마 방영 초기까지만 해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박영규·차화연 이라는, 이제는 황혼에 접어든 두 배우를 주연으로 놓고 ‘엄마’라는 제목에 엄마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지금까지 가정주부의 삶과, 노년의 사랑을 그린 수많은 드라마들과 차별성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달랐다. 뒤늦게 사랑에 눈을 뜨고, 일에 열정을 찾는 커리어 우먼 아줌마들의 현실성 없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엄마’는 진짜 우리들 엄마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누구보다 젠틀하고 멋진 남성이 찾아오지만 자식들에게 폐를 끼칠까봐, 또 느지막이 사랑을 하는 게 나빠보이지 않을까 고민하는 게 아직 우리 시대 엄마의 모습이다. 또 어렵게 사랑하는 사람과 만났지만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자기 자리로 돌아가겠다”라고 말하는 게 엄마답다. 이런 엄마를 바라는 게 아니라. 우리들 엄마들이 아직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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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마음을 울린다.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엄마의 속을 태우는 자식들 윤희, 영재(김석훈 분), 강재(이태성 분), 민지(최예슬 분) 중 하나는 우리들과 어느 한 부분이든 무조건 닮아 있다. 부모 속을 썩이지 않은 자식이 세상에 없듯이 말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들을 미워한다. 자식들을 미워하고, 사위와 며느리를 미워한다. 그래서 골탕 먹고, 괴로워하는 이들의 모습이 통쾌하다. 그렇지만 이를 감싸는 차화연을 마냥 답답해 할 순 없다. 우리들 엄마가 그래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극을 이끌어 간 차화연·박영규의 연기는 놀랍다. 차화연의 눈물 연기는 근래 어떤 배우의 눈물보다 감동적이었고, 박영규는 최근 모든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을 통들어 가장 멋진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그녀는 예뻤다’의 황정음도 차화연보다 귀엽지 못했고, ‘치즈 인더 트랩’의 박해진도 박영규보다 빛나지 못했다.

가족 드라마란, 그것도 주말 저녁 가족들이 모여 보는 시간대에 등장하는 드라마는 이런 현실적인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비정상적인 뉴스가 만연하는 오늘날 그래도 진짜 정상적인 가족과 엄마의 모습은 이렇게 서로를 위해 희생하고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줘여 하는 것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중년·노년의 새로운 삶을 그리는 작품은 이렇게 우리 삶에 가까이 있어야 한다. 늘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삶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