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전세계에 만연한 경제 위기 우려에도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의 군비 경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중국의 군비 증강이 이 지역 군비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5년(2011-15)간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상위 10개국 가운데 6곳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모여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톡홀름 국제 평화 연구소(SIPRI)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는 인도(14%)였고 그 뒤를 이어 사우디아라비아(7%), 중국(4.7%), 아랍에미리트(4.6%), 호주(3.6%), 파키스탄(3.3%), 베트남(2.9%), 미국(2.9%), 한국(2.6%) 순이었다.
SIPRI는 2006-10년에 비해서 지난 5년간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의 군비 지출이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이 무기 수입에 지출한 비용은 분석 기간 26%나 증가했고 이들 국가가 전세계 무기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에 달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과 중국 경기 성장 둔화 등으로 인해 경제 우려가 커졌는데도 군비 지출을 확대하는 흐름은 매우 아이러니하다고 WSJ는 강조했다. 민간 전략 연구 기관인 국제전략 연구소(IISS)는 “경제 활동 둔화가 이 지역의 2015년 군비 지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심지어 한국·중국·일본·인도네시아는 지난해 군비 지출을 더 늘릴 것으로 발표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흐름은 중국의 영토 확대 야욕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특히, 중국과 주변국 간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벌이는 갈등이 군비 경쟁을 촉발한다는 것이다. 베트남의 경우 2006-10년에 비해서 지난 5년간 무기 수입이 무려 699%나 치솟았다.
SIPRI의 연구원 시몬 베즈먼은 "중국이 촉발한 군비 경쟁이 지역 전체로 퍼져 나가고 있다"며 "인도, 베트남, 일본 등 이웃 국가들 또한 그들의 군사력을 상당히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방 군수업체들은 이를 기회로 보고 이 지역을 대상으로 무기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열린 에어쇼에 참여한 스웨덴 군수업체 사브그룹(Saab AB)은 두 대의 해양 정찰기를 공개했다. 남중국해 분쟁을 겪는 국가들 사이에서 해양 감시 무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중국이 최근 남중국해 융싱다오(남중국해 시사군도에 있는 섬)에 지대공 미사일을 설치해 중국과 베트남·대만 등 주변국과의 긴장감은 더 커질 전망이어서 군비 경쟁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군비 증강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한 해 군비는 2015년 1910억 달러(약 235조원)에서 오는 2020년에는 2250억 달러(약 277조원)까지 늘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앞으로 중국이 미국과 러시아에 버금가는 무기 수출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전문가 다수가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