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특구가 이런저런 이유로 우후죽순 늘어났지만 정주여건 등 인프라는 미흡, 열악한 기업 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경제특구는 경제활성화를 목적으로 특정구역을 지정해 법적, 제도적으로 다른 지역과 구분해 생산, 무역, 조세상 특별 대우하는 지역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경제자유구역, 자유무역지역, 외국인투자지역, 기업도시가 있다. 여기에 산업단지, 연구개발특별구역, 혁신도시, 지역특화발전특구 등 이름도 가지각색이다.
특히 정주여건 등 인프라가 부족해 특구로 지정만 됐을 뿐 실제 기업 유치도 없을 뿐더러 사업계획 조차 수립되지 못한 곳도 상당하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한국 경제특구의 성과분석 및 투자 활성화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표적 경제특구인 경제자유구역의 기업환경수준은 아시아 주요 경제특구 9개 중 6위로 하위권이다.
한경연이 경제특구에 입주한 외투기업과 사업시행자 274개사(128개사 응답)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경제자유구역의 기업환경은 경쟁국 경제특구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기업경영환경 수준이 가장 높은 국가는 싱가포르였고 홍콩, 상하이 푸동, 중국 심천, 대만 카오슝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특히 정부규제, 행정서비스, 고용조건·노사관계·조세인센티브 부문에서 9개국 중 최하위였다. 지리적 위치는 4위, 시장접근성은 4위, 산업인프라는 5위로 중간 수준이었다.
특구로 지정됐지만 기업환경 조성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2014년까지 경제자유구역 8곳에 투입된 사업비에 비해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 실적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 기간에 해당 경제자유구역에 유입된 FDI 유치액(도착기준, 누계액)은 약 6조874억원(51억5230만 달러)으로 이들 지역에 투입된 사업비 42조1408억원의 14.4%에 불과했다.
투입 비용에 대해 충분한 외국인투자 유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경제자유구역 도입 12년이 됐지만 개발완료율은 17.1%에 머물고 있다.
또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1년간 경제자유구역, 자유무역지역, 외국인투자지역 등 3개 경제특구에 들어온 외국인투자기업은 749개로 우리나라 전체 외국인투자기업 1만914개의 6.9%에 불과했다.
양금승 한경연 산업연구실장은 "한국 경제특구의 외자유치가 부진한 원인은 과잉·중복 지정과 주변 경쟁국 대비 인센티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제자유구역, 자유무역지역, 외국인투자지역, 기업도시 등 4개 경제특구의 지정면적은 493.4㎢로 여의도 면적의 170배에 달하는데 비슷한 구역이 중복돼 비효율적이다.
또한 다양한 경제 특구가 존재하지만 특구 간 차별화가 미흡하고 행정규제가 과도한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양 실장은 "'선택과 집중'에 따라 FDI 유치성과가 우수하고 입지여건이 좋은 경쟁력 있는 특구 중심으로 유사 경제특구의 통합·연계 운영이 필요하다"라며 "경제특구를 국내 규제 적용이 배제되는 '규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고, 경제특구를 총괄하는 '경제특구투자청'을 신설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난립한 경제특구 문제점에 대해선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는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전국 14개 광역 시·도별로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지역 고유의 전략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규제 프리존(Free zone)'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성과가 좋지 않은 기존 특구를 정리해 '선택과 집중'을 하고 이름뿐인 경제특구를 실제로 기업 활동하기 좋은 지역으로 탈바꿈 시키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자체의 반발, 이해관계의 상충 등 기존 특구의 통폐합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백웅기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는 "규제프리존은 지자체별로 전략산업을 신청받아 선정하고, 재정·세제·금융·인력 등을 패키지로 지원한다는 것인데 과거 개발시대에 정부 주도의 사업발전 전략과 유사한 것 같다"라며 "의도는 좋지만 각종 비효율과 정경유착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경제특구는 산업적 효과보다는 선거 때마다 지자체와 정치권 요구를 고려해 '나눠먹기식'으로 지정돼왔다"라며 "체계도 없이 중구난방식으로 운영되는 특구는 지역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실제로 기업이 역동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에 규제완화와 정부 지원 등이 집중돼야 한다"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경제특구라는 이름 아래 사방에 널려 있는 지역들을 실효성 있게 통폐합한 후 기업 유치를 위한 과감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