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석유수출기구(OPEC·오펙)를 이끄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비(非)오펙 주요국인 러시아의 석유 장관이 전격 회동키로 했다.
지난주 유가가 배럴당 27달러까지 추락한 가운데 이란이 원유 수출에 나서자 위기감을 느낀 산유국들이 급히 만남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관련국들은 이번 회의 의제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으나 산유국들이 유가 하락에 이미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이란이 하루 40만 배럴로 원유 수출량을 늘릴 것으로 밝힌 만큼 원유 감산이 주의제가 될 것이라고 외신은 전망했다. 원유 공급 과잉으로 유가는 지난 2014년 6월 기준으로 무려 70% 떨어졌다.
이러한 유가 하락 탓에 베네수엘라와 나이지리아와 같은 일부 산유국들은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원유 부국 사우디의 상황도 녹록치는 않다. 사우디의 지난해 재정적자 규모는 980억 달러(약 119조 3000억원)로 건국 83년만에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정도로 경제 상태가 악화일로다. 이에 에울로지오 델 피노 베네수엘라 석유 장관은 이달 초부터 사우디와 러시아,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들을 순회 방문하면서 원유 감산 합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원유 감산 합의 결정은 사우디와 러시아의 손에 달려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사우디는 오펙 회원국과 더불어 러시아와 미국 등 비오펙 회원국도 감산에 합의해야 원유 생산량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오펙 정례회의는 베네수엘라의 감산 요구에도 사우디가 입장을 굽히지 않아 아무런 성과없이 끝났었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던 사우디 국영 석유 회사 아람코의 칼리으 알 팔리 회장은 “우리는 생샨량을 줄일 생각이 없으며 우리의 포지션을 다른 나라에 뺏기지 않을 것”이라면서 유가 하락을 견디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뺏길 생각이 없음을 단호히 드러냈었다.
러시아의 입장은 안갯속이다. 노박 러 석유장관은 최근 사우디와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회사인 OAO 로스네프트의 이고르 세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감산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만남을 통해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사우디 석유 장관이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감산에 대한 사우디의 전향적 자세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