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생존출산-1] 7AM, 출근전쟁…임신부 좌석 '그림의 떡'

2016-02-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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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월요일 오전 7시. 워킹맘 임신부 전쟁은 지하철에서부터 시작된다.

출산 D-66일. 몸무게는 8개월 전에 비해 13kg이 늘었다. 태아 무게는 1.8kg이라는데 몸무게는 그에 12배 넘게 늘었다니 원통하기 그지없다.

자전거 한대의 무게를 몸에 짊어진 임신부에게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은 가혹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임신부를 서글프게 하는 것은 임신부 좌석이다.

잠실에서 강남역까지 2호선을 타고 이동하는 출근길, 지하철에 올라타면 임신부 좌석에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임신 전 "핑크색이 덕지덕지, 저 촌스러운 좌석에 앉으라고 해도 앉기 싫다"고 했던 말이 무색한 순간이다.

하지만 출근길 임신부 좌석은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자리'가 아닌 삶에 지친 직장인 누구나 남녀 구분없이 앉을 수 있는 공유 좌석이다.

이미 배는 남산처럼 부풀었지만 고맙게도(?) 두꺼운 겨울철 코트는 나의 굴곡진 'D 라인'을 감쪽같이 가려줘 자리 양보를 받는 일은 드물다.

서울지하철은 2013년부터 열차 내부 양쪽 끝 교통약자 지정석 외에 열차 한칸당 두 좌석씩 임신부 배려석을 설치했다.

또 올해부턴 서울 지하철 전체(1~8호선)에 임신부 배려석을 한눈에 알아보고 양보할 수 있도록 의자 전면과 바닦을 핑크색으로 디자인을 개선했다.

하지만 임신부들에게 임신부 배려석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림의 떡'이다.

하루 업무를 끝낸 후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하는 길 역시 마찬가지다.

'택시 타고 갈까?' 하는 생각이 굴뚝같지만, 하루 1만5000원을 웃도는 택시비를 내고 퇴근을 하는 것 역시 부담스럽기만 하다.

"아침 출퇴근길 지하철이 얼마나 번잡한데. 한 자리라도 줄여야지. 임산부 오면 자리 비켜주면 되지 굳이 자리 비워둘 필요있어?" 가까운 지인의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사람에 치이는 출퇴근 길이 임신부들에게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지인에게 얘기한다.

네가 그 자리에 앉아있는 동안 너와 같은 공간에 있는 어느 임신부는 너에게 저주를 퍼붓고 있다는 것만 알아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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