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이정주 기자 = 국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불법 카드깡이 활개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은 여전히 마련돼 있지 않다. 현재로선 카드사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만이 카드깡을 적발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의 감독 권한을 카드 가맹점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우후죽순 생겨나는 카드깡업체에 비해 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등 국내 카드사들은 자체적으로 이상 거래를 탐지할 수 있는 FDS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불법적인 거래가 일어나는 경우 가맹점 대금 지급 보류 등의 조치를 취한다.
FDS는 카드 소지자가 평소 결제하지 않던 장소에서 거액의 결제를 일으켰을 때, 혹은 다건의 결제가 짧은 시간에 이뤄졌을 때 이상징후를 포착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온라인, 간편결제 등을 활용한 다양한 수법의 카드깡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적발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카드깡이라는 수법 자체가 급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당사자가 불법을 인지하고 신고하지 않는 이상 적발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 카드사가 FDS를 통해 카드깡에 대한 징후를 포착, 당사자에게 직접 연락을 취한다해도 본인이 직접 현금을 필요로 해 불법을 인지하고 사용한 만큼, 적발할 수 있는 근거가 적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당사자가 높은 이자율을 견디다 못해 직접 신고를 하는 경우, 혹은 카드사에서 이상징후를 포착한 후 연락을 취해 당사자가 시인하는 경우 등 두 가지의 경우에만 적발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방법의 카드깡 수법이 많아져 적발 과정에서 막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 관리 인력 부족…양벌처벌 필요성도
이밖에도 카드사들은 가맹점에 대한 실사를 강화하고 고객에 대한 카드깡 주의 안내를 하는 등 부수적인 조취도 취하고 있다.
금감원도 카드결제가 이뤄지는 밴(VAN)사의 단말기를 통해 카드깡을 적발할 수 있다. 카드깡업체를 금감원에 신고할 경우 현장 조사와 함께 관련자 처벌도 이뤄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금감원 인력이 모든 카드깡 업체를 적발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카드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선행되지 않는 이상,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카드깡업체를 일일이 단속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카드 가맹점의 애로사항을 신고 및 접수받고 있는 여신금융협회도 카드깡과 관련해 뾰족한 대책을 지니고 있지 않다. 협회 관계자는 "카드깡과 관련한 신고, 접수는 모두 금감원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협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카드가맹점까지 금감원의 조사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대부분의 불법적인 카드결제가 단말기를 지니고 있는 가맹점 중심으로 발생하는 만큼, 감독 권한이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인력 충원없이는 불가능하다. 진웅섭 금감원장이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현장점검반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총 3개로 이뤄진 금감원 내 여신검사실에서 260만개에 달하는 가맹점과 카드깡에 활용되는 단말기까지 모두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카드깡업체와 가맹점을 동시에 처벌하는 양벌처벌이 원칙이긴 하지만 이렇게되면 더욱 적발이 어려워진다는 단점이 있다"며 "다만 카드를 정상적으로 이용하지 않은 회원들에 대해서는 카드사 자체적으로라도 페널티를 부여해 관리를 하는 등 리스크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