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화백, "위작 본 적 없어…내가 최대 피해자"

2016-02-0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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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 논란 후 법률 대리인 통해 첫 공식 입장 밝혀

지난 1월 2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샤또 무똥 로칠드 2013' 라벨 원화 공개 행사에 참석한 이우환 화백.[사진=아영FBC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이우환 화백(80)이 최근 위작 유통 의혹과 관련, "아직 위작품의 실체를 직접 본 적이 없다"며 "최대 피해자는 작가 본인"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자신의 법률 대리인 최순용 변호사(법률사무소 행복마루)를 통해 "현재까지 경찰로부터 공식적인 협조 요청을 받은 적은 없지만 위작품으로 위심되는 작품에 대하여 봐달라는 등의 요청이 오면 성심껏 봐줄 것"이라고 2일 밝혔다. 
◆ "작가 손 떠난지 오래 돼 위작 유통 경로 알 수 없어"
그는 작품 일련번호의 중복 논란에 대해 "오랜 기간 일본, 한국 및 프랑스에 있는 작업실들을 오가며 작업을 했기 때문에 가끔은 작품의 뒷면에 일련번호나 작가 사인이 없는 것도 있고, 일련번호 부여 방식이 바뀐 경우도 있고, 같은 일련번호가 두 번 이상 겹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중복 가능성의 여지를 뒀다. 하지만 "극히 몇 점 안되는 것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작품 감정과 관련해서는 "미술품감정협회에서 몇 년 전부터 작품 감정에 있어 애매하고 자기들이 보기 어려운 것이 몇 점 있다고 하면서 보여주고 싶다고 해 감정협회를 도와주기 위해 몇 번 봐준 일이 있을 뿐"이라며 "박명자 전 현대화랑 사장과 신옥진 두산공간화랑 사장에게 대신 감정을 하도록 위임장을 써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당사자들이 그 동안 '감정한 적이 없다'고 말해온 것과 다른 부분이다.

이 씨는 "지난 수년간 화백이 보고 확인해준 작품은 수십점 정도로 기억하고 선의로 그때그때 보고 확인해준 것이기 때문에 그 작품들에 대한 별도의 리스트를 작성하지는 않았다"며 위작 판단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전작도록(카탈로그 레조네)를 계획하고 있었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위작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경찰에서 공식적인 협조 요청은 없었다"며 "의심되는 작품에 대하여 봐달라는 등의 요청이 오면 성심껏 봐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위작 논란에 안일한 초기 대응 아쉬워
이우환 화백은 단색화의 대표작가이자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불린다. 이 씨는 지난 10년 사이 낙찰총액만 700억 원이 넘을 정도로 인기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파리 베르사유 궁전 등에서 전시를 할 만큼 세계적 거장의 행보도 이어오고 있다. 

그런 이 씨에게 '위작 유통 의혹'이라는 먹구름이 드리운 건 지난해 6월. 위작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5년 전부터이지만 경찰이 지난해 이우환 위작이 유통된다는 첩보를 입수, 수사에 들어가면서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경찰은 지금까지 연루 의혹이 있는 단체·화랑·경매회사 등을 총 4차례 압수 수색한 바 있다. 

이 씨는 지난 2014년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내 작품은 고유의 호흡으로 그리기에 모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한 주간지 인터뷰에서는 "내가 눈으로 확인한 그림 중에는 위작이 없다고 말한 건데 '가짜가 없다'고 했다는 식으로 보도됐다"고 발언했다. 

미술계에서는 의작 의혹 해소에 앞서 이 씨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한다. "처음 의혹 논란이 일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씨는 지난 2013년 자신의 작품감정 권한을 두 화랑(갤러리현대, 공간화랑)에 제한해 위작 논란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이 결정은 결국 눈덩이 굴리듯 위작 의혹을 키웠다. 

실제로 위작이 있을 수도, 단지 의혹 수준에서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위작 논란의 최대 피해자는 작가"라고 말하기에 앞서, 이미 대가(大家)의 자리에 오른 자신과는 달리 위작 유통 논란으로 피해를 봤거나 볼 것으로 예상되는 다수의 힘없는 미술계 관계자들을 한 번쯤 헤아려줬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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