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2016년 4·13 총선을 시작으로,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대선), 2018년 제7대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 등이 잇따라 열린다. 특히 차기 총선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산물인 ‘87년 체제’, 외환위기를 초래한 ‘97년 체제’ 이후 새로운 질서를 가늠하는 이른바 ‘정초(定礎) 선거’가 될 전망이다.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서거로 촉발된 민주화 시대의 역사 재평가작업과 맞물려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키는 국민이 쥐고 있다. <편집자 주>
"이제는 경제 프레임 전쟁이다." 한국 경제가 위기다. 성장동력의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수출 전선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국가채무는 적색 경고등 그 자체다. 박근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전락했다. 유동성 함정의 시계추가 전방위로 한국 경제를 옥죄고 있는 셈이다.
◆與野, 각론 '3당3색'… 핵심은 경제성격 논쟁
지난달 31일 여야에 따르면 한국 경제에 대한 각 당의 인식은 '저성장·불평등' 등으로 대동소이하다. 한층 약화된 성장동력과 소득불평등의 도돌이표를 끊어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각론(해법)에선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새누리당은 '격차 해소', 더불어민주당은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성장',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가칭)은 '공정 성장'이다. 언뜻 보면 비슷하지만, 경제 해법의 방점은 다르다. 한국 경제위기의 성격을 달리 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무차별적 복지 확대 대신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증대 해법 마련에 주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 한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핵심은 기회의 공정성 확보를 통한 사회 격차 해소"라고 밝혔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원장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 교수)은 이미 '보수판 경제민주화' 만들기에 돌입한 상태다. 특히 대기업과 불법·탈법을 일삼는 재벌 오너를 구분, 대기업 집단의 소유구조 투명성 제고를 통해 비합법적인 부를 원천 봉쇄하는 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회 불평등 해소를 원하는 중도층을 포용하는 한편, 박근혜 정부의 구조개혁에 힘을 실어 보수층의 이탈을 막으려는 다중 포석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오는 3일 노년층·중장년층·유년층 등 연령대별 맞춤형 복지대책을 골자로 하는 '생활체감형 1차 총선공약'을 발표한다.
◆더민주 '포용성장'… 安신당 '공정성장'
더민주의 경제전쟁 프레임은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성장'이다. 그간 한국 경제를 이끈 '신자유주의'가 강자를 위한 정책이라는 인식에서 나온 발상이다. 형평 중심의 시장 메커니즘을 만들자는 얘기다.
더민주는 87년 헌법의 '경제민주화'(제192조 2항) 입안을 주도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을 전진 배치했다. 이에 따라 향후 상법 개정을 통한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해 포용적 성장의 핵심인 △비정규직 차별 해소 △최저임금 인상 △고용안정 △저소득층 사회보험 지원 등의 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 처리를 앞둔 본회의 직전 당 의원총회에서 "법이 없어 경제활성화가 안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한마디로 여야 원내지도부 협상을 단번에 뒤집었다. 광주를 방문한 김 위원장은 원샷법 무산과 관련, "선거구 획정을 함께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성장론'을 펴는 국민의당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강조한다. 분배 위주의 소득주도 성장 대신 대·중소기업의 공정한 분배, 벤처지원 등을 통해 한국 경제의 새판 짜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성장을 중시하는 새누리당과 분배에 방점을 찍은 더민주의 틈새를 파고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안 의원이 이날 양당에 "설 연휴 전 국민의당을 포함한 3당의 민생정책회담을 개최하자"고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경제 프레임 전쟁이 실제 득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체감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당별 경제정책 차별화와 이슈 선점 노력은 의미 있다"면서도 "총선 판도를 바꿀 폭발력은 없다. 정책 차별성을 유권자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