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독일, 일본, 미국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독일의 경우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28일 발표한 ‘독일 에너지전환 정책의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반면 한국은 2014년 1.6%로 1990년 6.0%보다 오히려 비중이 줄고, 미국 13.1%, 일본 15.3%에 비해서도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보고서는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가능했던 이유는 에너지전환 정책이 효과적으로 실행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은 1970년대 석유파동과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계기로 대체 에너지원 확보와 원전 폐지가 논의돼 왔고, 2000년 재생에너지법을 제정하면서 발전차액지원제도(Feed-in Tariff, FIT)를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FIT란 송배전 사업자는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20년간 고정 가격에 매입하고 시장가격과의 차이는 최종 전력소비자에게 전력부과금(surcharge)을 부과하여 마련함으로써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어 2010년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성 제고를 두 가지 축으로 하는 에너지전환(Energiewende, energy transition) 정책을 발표했다. 2011년에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FIT 지원금 인상, 배출권 거래 수익으로 친환경 기술 개발 기금 마련 등의 법안을 담은 에너지패키지(Energy Package)를 발표했다. 그 결과 에너지전환 정책의 효과로 독일은 1990년 대비 2014년 탄소 배출량을 27% 감축해, 2012년 말까지 21%를 감축하기로 한 교토 프로토콜의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한편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경제성장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2013년 독일은 태양광과 풍력 분야 생산량의 65% 가량을 해외로 수출했다. 에너지 고효율 제품 글로벌시장에서 독일의 시장점유율은 20%로 미국(2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이외에도 독일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냉난방 효율을 높인 절약형 건축기술인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 바이오 연료 및 전기차 등 친환경 기술에서 주도권을 보유하고 있다.
송 연구원은 “독일의 사례에서와 같이 신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 대비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FIT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FIT로 인한 재정 부담이 가중되자 2012년 의무비율할당제(Renewable Portfolio Standard, RPS)*로 지원제도를 바꾸었는데, 그 이후 교역량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RPS는 에너지 총 공급량에서 신재생에너지의 종류와 상관없이 전체 비중만을 규정하는 제도로, 에너지 공급자는 비용이 저렴한 폐기물을 활용한 발전을 선호해 태양광, 풍력 등 현대식 신재생에너지의 확대가 이루어지기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송 연구원은 FIT는 신재생에너지 산업 초기 성장에 중요한 정책으로, 독일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경쟁력이 향상돼 태양광과 화석연료의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지점인 그리드 패러티(Grid Parity)에 도달했을 때 FIT 감소 정책을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신재생에너지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로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없다면 신성장동력으로 발전해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FIT 시행을 위한 재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처럼 발전차액의 일부를 전력사용자에게 전가하거나 유연감소율 제도(Sliding for Degression)* 도입과 배출권 거래 시장 활성화를 통한 기금 마련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연감소율 제도는 연차별 보급 한계용량을 설정하여 이보다 높게 보급될 경우 기준가격을 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