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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쌍릉(대왕묘)에서 출토된 성인 여성 치아 4점.[사진=국립전주박물관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설화와 향가 '서동요' 속에서만 전해지던 선화공주의 베일이 과연 벗겨질 수 있을까?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은 1917년 일본인에 의해 발굴 조사된 '익산 쌍릉(대왕묘)' 출토 유물 정리 작업을 진행하다가 목관 내부에서 4점의 치아가 발견됐다고 27일 밝혔다. 치아의 전반적인 마모 정도가 유사하고 중복된 부위가 없어 한 사람의 치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상태가 양호한 견치와 어금니는 성인(20~40세) 여성의 것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치아 4점 이외에도 대왕묘 석실 내부의 목관 앞에서는 연질 토기 1점이 나왔다. 당시 백제 지역에서 유행한 바닥이 편평한 회색계통의 그릇과는 달리 이번에 출토된 토기는 물레를 이용해 토기 표면을 마무리했고 바닥이 둥글다. 특히 경주 방내리 고분군 등 신라 지역에서 출토되는 7세기 전반 무렵의 토기와 유사하다는 점이 학계의 이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송(金松)으로 만든 대형 목관과 함께 수습된 목재들 중 두 개의 목재 편은 나무 베개(頭枕)로 추정된다. 이 목재 편은 파손이 심해 전체적인 형태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가장자리 한 면이 경사진 곡선인 것을 확인했다. 이 나무 베개를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 백색 안료 바탕에 묵서(墨書)로 그린 넝쿨무늬가 보였다. 두 갈래로 이어지는 이 넝쿨무늬는 미륵사지석탑(서탑)에서 출토된 금동제사리외호의 문양과 유사하다.
이외에도 목관에서 발견된 위금(緯錦) 직물은 불국사 삼층석탑에서 발견된 그것보다 시기적으로 1세기 정도 앞서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한편 이번 발굴조사로 그 동안 백제 무왕의 것으로 알려졌던 대왕묘 피장자의 정체성 논의와 함께 설화상으로만 인식되고 있는 선화공주의 존재에 대한 학계차원의 검토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전주박물관에서는 이번달 말부터 익산 쌍릉 출토유물을 일반인에게 공개할 계획이며, 관련 학술세미나와 학술대회 등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