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김현철 기자 = 패션이 백화점을 먹여 살리던 시기가 있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높은 판매 수수료로 인해 팔면 팔수록 손해보는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최근 패션업체들이 앞다퉈 백화점을 탈출, 새로운 유통채널을 찾는 이유다.
하지만 업계는 판매사원 인건비, 매장 운영비 등도 입점업체가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부담률은 50% 이상이라고 밝혔다. 또 국내 백화점은 미국, 유럽과 달리 판매수수료만 받는 '위탁매입' 방식이기 때문에 제조업체가 재고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백화점 판매 수수료는 고급 브랜드와 저가 브랜드의 양극화가 매우 심하다. 명품 브랜드와 SPA 브랜드 등 인기 있는 브랜드는 판매 수수료율이 낮지만, 중저가 브랜드는 정반대다. 중소 패션 업체들이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해외 명품 브랜드와 유명 SPA 브랜드는 20% 정도의 낮은 판매 수수료율이 책정됐다"며 "우리같은 중소기업에게는 30%가 넘는 판매 수수료를 내지 못하면 입점할 수 없다는 고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판매수수료 부담에 백화점에서 철수를 결정하고 모바일, 온라인, 가두점 등으로 유통채널을 옮기는 업체들도 크게 늘었다.
시선인터내셔널이 전개하는 여성복 브랜드 르윗은 올해부터 백화점 매장을 철수한다. 대신 아웃렛과 온라인, 중국 유통망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최근 여성복 브랜드 시장이 치열해지고, 수수료 대비 수익성이 낮아 온라인몰 등 새로운 유통채널을 선택한 것이다.
LF의 질바이질스튜어트와 롯데GF가 운영하는 타스타스도 백화점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들은 새로운 유통채널 포트폴리오를 구축, 사업을 다시 전개키로 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아울렛과 온라인을 방문하고, 명품 브랜드와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백화점을 이용할 것"이라며 "단순히 백화점을 고집하기보다 브랜드에 맞는 유통채널 방식으로 변화를 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백화점들은 브랜드가 입점해서 누릴 수 있는 혜택과 비교해 보면 판매 수수료가 높지 않다는 입장이다.
A백화점 관계자는 "판매 수수료율은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된다"며 "가두점 등 직접 매장을 운영할때 발생하는 임대료, 마케팅비, 인테리어비 등을 감안했을 때 패션업체들이 30%대의 판매 수수료를 내고서라도 백화점에 입점하는 것은 그만큼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시내 중심에 있는 가두점보다 백화점에 입점하는 비용이 더 저렴하고 이익도 남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B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입점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중소기업들은 백화점에 입점하면 브랜드 가치가 높아져 대리점을 낼 때 용이하다는 등 많은 장점이 있는데 판매 수수료율만 가지고 얘기하는 것은 애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화점도 입점 브랜드들을 위해 홍보 및 이벤트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