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EU 은행동맹, 욕속부달의 진리

2016-01-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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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이웃하고 있는 동네 대표들이 몇몇 모였다. 의외로 말이 잘 통했다. 화합을 다지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모임을 꾸렸다. 거래 수단을 통일하고 규칙도 만들었다. 회원이 늘수록 이 모임은 웬만한 도시보다 힘이 세졌다. 이제는 금전적 위기관리까지 함께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돈 문제에 얽히자 회원들 내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 얘기다.

EU 집행위원회(EC)의 역점 사업인 은행동맹(Banking Union) 창설이 구체화되고 있다. 은행동맹은 쉽게 말해 역내 금융 정책을 통일해서 금융위기에 대처하자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등 유럽 경제 정책을 관리하고 유로존 내 은행들을 감독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이달부터는 구제기금 일원화 정책까지 시행된다. 앞으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내 은행이 파산하면 ECB가 나서서 중재하고 처리할 예정이다.

은행동맹이 나서면 유로존 재정위기 극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원국들의 신용도도 상향 평준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위험 요소를 분산하는 조치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역내 은행들이 ECB를 통해 이른바 '그림자 금융'을 악용할 경우 후폭풍이 거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자 금융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확산시킨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독일, 핀란드, 네덜란드 등 재정 환경이 우수한 회원국들이 문제 제기하고 있는 도덕적 해이 등의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영국 등 유로화를 쓰지 않는 9개국의 호응 여부도 관건이다. 그 어떤 EU 정책보다 다양한 의견 조율이 필요한 셈이다. 

현재 EU에서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여부가 가장 큰 화두다. 외신에서는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EC가 은행동맹 창설에 잰걸음을 놓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EU 28개 회원국 간 금융 장벽을 허물려다가 자칫 세계 경제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욕속부달(欲速不達),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는 말은 경제에서도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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