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대만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56.1%라는 과반을 넘는 득표율로 당선된 배경에는 국민당의 지난 '잃어버린 8년'의 경제실패·청년실업 등에 대한 실망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수렁에 빠진 대만 경제를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가 차기 대만 총통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대만 공상시보(工商時報)가 대만의 최대 문제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경제불경기가 응답률 41.1%로 1위, 빈부격차 확대가 12.2%로 3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대만 경제 앞날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크다.
대만 통계청 따르면 지난 8년간 대만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85%에 그쳤다. 2015년 경제성장률은 1% 안팎에 그치고, 국민소득은 1만9600달러에 머물렀다. 청년실업률은 13%까지 치솟은 상태다. 대만 청년들은 한국의 88만원 세대에 해당하는 ‘22K(2만2000대만달러·약 77만8000원) 세대’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에 따라 차이 당선자는 당선하자마자 '경제 살리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민진당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무역시스템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조속히 가입함은 물론 다른 국가도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을 확대함으로써 중국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동남아 등지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 하는 것을 경기 침체의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흥전략산업을 기반으로 하이테크 산업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스마트 대만’ 전략을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친환경 에너지, 스마트 정밀기계, 사물인터넷, 바이오의약, 국방 등 5대 산업의 혁신연구개발을 적극 추진해 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대만 제조업의 성장동력을 살린다는 계획이다.
민생개선을 위한 사회임대주택·공공주택 건설, 식품안전 확보, 노인 등 지역돌봄시스템 강화, 연금개혁, 치안시스템 개선을 핵심으로 하는 5대 사회안정 개혁도 추진한다.
하지만 차이 당선자가 경제를 살리는 데 걸림돌도 많다. 일단 대만의 TPP 가입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대만의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개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만 농업계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중국이 대만보다 TPP 우선 가입을 주장하면 대만은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당장 대만 경제의 '탈(脫) 중국화'를 추진하기도 부담스럽다. 지난해말 기준 중국이 대만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류샹핑(劉相平) 난징대 대만연구소 부소장은 글로벌 경기둔화 속에서 중국 본토에 의존하지 않으면 대만 경제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