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한 아파트 내에서 난방을 전혀 하지 않는 가구의 바로 아래층 가구는 난방비가 42%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난방은 온돌 구조상 열이 자신의 집으로 100% 전달되지 않고 30%는 아래층으로 빠져나간다. 윗집에서 난방을 하지 않으면 아래층에서 받을 열이 없어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난다.
이 같은 사실은 12일 펴낸 대한설비공학회 논문집 1월호에 실린 홍희기 경희대 기계공학과 교수의 ‘공동주택에서 비난방세대가 미치는 열적 영향’에서 나왔다.
홍 교수는 “단열조건 강화법이 발효된 지 4년밖에 안 됐기 때문에 해당 법이 적용되지 않은 아파트가 대부분”이라며 “난방을 하지 않는 가구는 인접 가구에서 공짜로 열을 얻어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가구 바닥에는 온수코일이 설치돼 있는데 여기에서 발생한 열의 일부가 콘크리트층을 거쳐 의도치 않게 아래층으로 전달된다. 같은 원리로 아파트 최상층은 위층에서 받을 열이 없으므로 평상시에도 다른 층에 비해 에너지 소비량이 많다.
홍 교수는 “난방비가 평소보다 많이 나왔다면 위층이 장기간 집을 비웠다거나 전기 발열 제품을 사용해 난방을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아파트 난방은 원하는 온도를 설정해놓고 해당 온도에 도달하면 에너지 소비를 멈추는 방식이다. 위층에서 받을 열이 없으면 아래층 난방 기기는 설정온도에 맞추기 위해 주인이 모르는 사이 난방 에너지를 더 쓰게 된다.
홍 교수는 “아파트는 상하 가구 간 열적 연계성이 매우 크다”며 “비난방 가구로 인한 인접 가구의 피해를 생각해 요금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