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태웅 증권부 기자.]
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금융당국이 2015년 말 내놓은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가 불확실성을 없애주기는커녕 되레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당시 금융감독원이 대기업 계열사 368곳(금융권 부채 500억원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에서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이 11개, 부실기업인 D등급은 8개로 나타났다. 모두 구조조정 대상이다. C~D등급에 속한 19개사가 금융권에서 조달한 부채는 총 12조5000억원에 달한다. 상반기 정기 신용위험평가에서 선정된 35개사까지 합치면 액수는 20조원으로 불어난다.
금융당국은 부실기업 파산 시 경제에 미칠 파장을 감안해, 정기적으로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구체적인 명단을 발표하지 않는 '비공개원칙'을 고수해왔다.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 이름이 자칫 노출돼 회사를 살려볼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설득력 있는 이유다.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하는 방법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명단을 밝힐 수 없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C~D등급 기업이 각각 몇 곳이라는 자료를 내놓는 것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당국이 내부적으로 평가 결과를 관리하고, 시장에 알려야 할 때만 선별적, 구체적으로 발표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실제 김용환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도 "어차피 공개할 것이라면, 명단을 발표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신용위험평가 결과는 당국에서 연말연시 생색내기에 좋은 치적도 아니다. 무엇이 시장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방법인지 고민한다면 답은 바로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