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를 잊지 말아요’ 미스터리와 멜로가 만났을 때

2016-01-0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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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기억을 찾고 싶은 남자와 기억을 감추고 싶은 여자. 이들이 가진 ‘기억’에 대한 실마리는 두 사람의 사랑을 지킬 수 있을까.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감독 이윤정·제작 (주)더블유팩토리·제공 배급 CJ엔터테인먼트)는 교통사고 후, 10년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깨어난 석원(정우성 분)과 그 앞에 나타난 비밀스러운 여자 진영(김하늘 분), 지워진 기억보다 소중한 두 사람의 새로운 사랑을 그린 감성멜로다.

어느 날 갑자기, 석원은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잊는다. 친구, 가족 심지어는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흐릿해진 그는 병원에서 우연히 자신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낯선 여자 진영을 만나 순식간에 사랑에 빠진다.

스마트폰에 놀라고 김연아, 류현진의 존재조차 모르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 진영은 과거에 머무른 그와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을 보낸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시간에 갇힌 두 사람이지만 석원은 자꾸만 과거를 찾으려 하고, 조금씩 기억을 되살린다. 진영은 지금을 벗어나려는 석원이 야속하고 또한 행복이 깨어질까 두려워한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이윤정 감독이 고교 시절 집필한 단편소설을 시작으로 단편화를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됐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인 작품인 만큼 캐릭터 및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이 정성스럽다. 눈여겨볼 것은 이윤정 감독이 구현한 그림 같은 영상미. 영화는 작은 소품이며 화면의 구도, 촬영, 편집 기법 등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매력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마찬가지다. ‘비주얼 커플’로 불리는 정우성과 김하늘은 이윤정 감독의 작품에 딱 맞는 녹녹한 감성을 그린다. 특히 멜로와 미스터리를 넘나드는 과정과 아리송한 두 인물 간의 심리는 영화 후반부부터 극적인 감정을 끌어내며 관객들의 몰입을 돕는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야기들을 잇는 얼개들이 부실하고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이다. 큰 그림을 보는 것에는 무리가 없지만, 그 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기게 얽힌 이야기들의 이음새를 발견할 수 있다. 멜로와 미스터리라는 상반된 장르를 엮는 것은 흥미로웠으나 매듭이 온전치 못했다.

그럼에도 ‘나를 잊지 말아요’는 멜로의 성향이 더 짙은 작품인 만큼 인물 간의 감성과 표현에 있어서 이윤정 감독과 배우들의 케미스트리는 더할 나위 없었다. 이야기의 실마리를 따라가는 과정과 녹진한 배우들의 감성은 ‘나를 잊지 말아요’의 매력이다. 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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