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굴지의 금융지주회사에 다니던 50대 직장인 최원석(53·가명·남)은 지난 연말 계열사 간 구조조정 여파로 떠밀리듯 나와야했다. 최씨는 30년 가까이 몸 담았던 직장을 떠나면서 ‘내가 정리당할 정도로 일을 못했나’ 하는 자괴감과 함께 아직 고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걱정이 앞섰다. 만만치 않은 사교육비에 대학등록금, 결혼자금까지 생각하면 당장 재취업을 하든지 치킨집이라도 차려야 할 판이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3년째 노인요양병원에 계신 아버지 간병비와 양가 부모님 생활비도 보태야 한다. 그는 “우리 부부 노후자금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숨이 턱까지 차 오른다”고 토로했다.
# 서울 영등포동 쪽방에 사는 조영식(80·가명·남) 할아버지는 기초연금 20만원으로 근근이 한달을 버텨낸다. 고혈압과 당뇨 증세가 있지만, 약값은 어림도 없다. 식비를 아끼려고 가끔 인근 교회에서 노숙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점심을 얻어먹는다. 전혀 수입이 없어 기초생활수급자 지정이 됐으면 하지만 10년 전부터 연락이 끊긴 아들 때문에 수급자 지정도 되지 않았다.
◆ 베이비부머세대 일자리 지키기
박근혜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한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강도 높은 노동개혁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노동개혁 5법 국회 처리와 함께 저성과자를 통상해고에 포함시키는 이른바 ‘쉬운해고’ 등 근로계약해지·취업규칙변경 2대 지침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노동계는 기업구조조정을 이유로 희망퇴직을 강하게 압박한 뒤 이를 버텨낸 대상자들을 저성과자로 몰아 해고하는 ‘2단계 비정규직화’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특히 희망퇴직 대상에 주로 50대와 20대가 오르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한국 근로자의 평균 퇴직 연령은 52.6세였다.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베이비부머세대들의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정책도 실효성에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기업들이 정년60세 연장을 앞두고 임금피크제보다는 인력 감축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조선·철강 등 중공업과 금융권 등에선 지난 연말부터 감원 한파가 불고 있다. 금융권에서만 지난해 5만1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 초빙교수는 “경영진 입장에서 임금피크제 직원들의 생산성은 거의 ‘제로’”라며 “거액의 퇴직금을 쥐여 주고서라도 미리 내보내야 추후 인건비 압박이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50대 은퇴자들은 주로 생계형 창업에 뛰어들지만, 트렌드에 뒤처지면서 대다수가 성공보다는 실패를 겪는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0만명의 50대 이상 자영업자 가운데 180만명이 창업에 실패했다. 사업에 실패한 은퇴자들은 퇴직금만 날리는 것이 아니라 빚더미에 올라앉을 가능성도 높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실패와 좌절로 인해 우리 사회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중산층 70%’를 이뤄내겠다고 공약했지만, 이 역시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산층의 비중은 2012년 65%에서 2013년 65.6%로 소폭 상승했다가 2014년에는 65.4%로 다시 낮아졌다. 또 ‘노력해도 계층상승이 어렵다’고 밝힌 조사응답자가 2013년 75%에서 2015년에는 81%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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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복지’ 기초연금·보건의료
"모든 노인에게 현재 기초노령연금의 2배를 주겠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비급여를 포함한)를 전액 국가가 부담하겠다” "노인일자리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은 장년층과 노인층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당시 박 후보의 공약은 '보편적 복지'에 가까웠지만, 정부 출범 이후 재정부족을 이유로 '선택적 복지'로 급변했으며, 대표적인 복지공약은 축소되거나 후퇴했다. 최근 정부는 공약에도 없었던 의료산업화 등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기초연금의 경우 만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하위 70%를 대상으로, 그것도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금액을 깎는 방식으로 매달 10만원~20만원까지 차등지급하기로 했다.
게다가 기초연금을 소득으로 간주해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의 생계급여를 삭감하면서 ‘줬다 뺐는 기초연금’이라는 원성을 사고 있다. 약 134만명의 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 기초연금 대상자인 약 39만명이 이런 ‘불이익’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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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심장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점질환 진료비 국가 부담' 공약도 축소 추진되고 있다. 선택진료, 상급병실, 간병 등 3대비급여 부분을 따로 개선하기로 한 것이다. 복지부는 기존의 비급여에 해당되는 부분 중 의료행위상 반드시 필요한 경우 5.9%, 비용 효과가 미흡한 경우 선별해 급여화 3.6%를 급여에 포함하기로 했다. 그 결과 비급여 부분을 제외한 4대 중증질환은 보험보장률이 99.3%에 이르게 됐다.
하지만 비급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3대 비급여는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해 그 가격의 50~80% 정도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애초 '비급여포함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이라는 공약 실현은 요원하게 됐다.
'저소득층 및 중산층의 환자 본인부담 의료비 경감' 공약은 애초 소득수준에 따라 기존 3등급에서 10등급으로 구분키로 했으나 7단계로 후퇴 시행했다. 이 제도를 도입시 67만명이 추가로 진료비 경감혜택을 보기로 했으나 결국 수혜자는 15만명 축소됐다. 또 65세이상 노인 중 임플란트 대상자에게 어금니부터 건강보험을 적용. 단계적으로 확대키로 했으나 70세 이상으로 대상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정부가 임기 후반기 미진한 복지 공약을 개선하거나 추진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