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제공 = 통계청]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생산과 소비, 투자가 동반 하락하며 국내 경기가 급속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부진의 영향으로 11월 전체 산업생산은 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또한 지난 10월 57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였던 소비마저 1.1% 감소하며 '소비절벽' 우려를 키웠다.
10월 -1.3%를 기록한 데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다.
월별 산업생산은 지난 6월 0.6% 늘어난 이후 7월 0.5%, 8월 0.5% 증가세를 이어갔다.
9월의 산업생산 증가폭(2.5%)은 4년 6개월(5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10월에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뒤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부진한 수출이 전체 산업생산을 감소시킨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11월 수출액(통관 기준)은 같은 달보다 4.7% 줄어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수출 부진 여파로 11월 광공업생산은 전월보다 2.1% 줄었다.
반도체(-9.7%), 통신·방송장비(-20.2%) 생산이 감소했다. 제조업 재고는 한 달 전보다 0.8% 감소했지만, 작년 같은 기간보다는 6.2% 늘었다.
재고가 쌓이면서 쉬는 공장도 늘어나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1.2%포인트 하락한 72.7%를 보였다.
이는 2009년 4월(72.4%) 이후 6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제조업 재고율은 128.1%로 전월보다 1.8%포인트 높아졌다.
최정수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IT업종의 재고 조정도 광공업 생산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며 "기업들이 쌓여있는 재고를 소진하면 생산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수출부진을 상쇄하며 국내경기를 이끌어온 소비마저 하락 반전했다.
소비동향을 볼 수 있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1% 감소했다. 의복 등 준내구재(-3.5%), 차량연료 등 비내구재(-0.5%), 가전제품 등 내구재(-0.3%) 판매가 동시에 줄었다.
이는 지난달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으로 소매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정부 부양책의 '약발'이 효력을 다하는 내년이 되면 민간소비가 급감하는 '소비절벽'이 올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문제는 정부의 소비 진작책을 대체할 카드도 마땅치 않다. 올해 대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데다 규제완화·투자촉진 등 소비진작을 위한 당근을 모조리 써버렸기 때문이다.
설비투자 역시 기계류와 운송장비(항공기) 투자가 줄어 전월보다 6.0% 감소했다.
공공부문과 석유정제 분야에서 민간부문 수주가 동시에 줄어 국내 기계수주는 15.0% 감소했다.
이미 이뤄진 공사 실적을 의미하는 건설기성은 건축과 토목공사 실적이 줄어 전월보다 0.8% 줄었다.
건설수주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4.0% 증가했는데, 주택·사무실·점포 등 건축과 철도·궤도 등 토목 수주가 모두 늘었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1포인트 하락했다.
앞으로의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1포인트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