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열음이 뿜어내는 생경한 반짝거림을 처음 접한 것이 지난해 여름 방영한 tvN ‘고교처세왕’이었으니, 꼭 일 년 반을 기다려 만난 셈이다. 신인임에도 숨 돌릴 틈도 없이 네 작품을 연이어 출연한 것을 보면 이열음이 가진 가능성을 알아본 이가 기자뿐만이 아닌가 보다.
그 사이 이열음은 서럽게 울며 첫사랑을 친언니에게 양보했고(tvN ‘고교처세왕’), 가십이라면 귀를 쫑긋거리며 사족을 못 쓰는 사회 초년생(SBS ‘이혼변호사는 연애중’)이 됐다가, 불운한 가정형편 때문에 한껏 삐뚤어진 고교생(KBS2 ‘가족을 지켜라’)을 지나, 병든 속내를 표독함으로 포장(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했다.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상이한 캐릭터였지만 이열음의 기저 깔린, 어린 신인만이 가질 수 있는 싱싱한 에너지는 언제나 화면을 뚫고 나왔다.
“제가 연기에 흥미를 느낀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어요. 엄마(KBS 탤런트 공채 출신 윤영주)가 배우니까요. 원래 부모님의 직업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리잖아요. 중3 때 연기 학원을 몇 달 다녔는데 그때 찍은 프로필 사진을 엄마 카카오스토리에서 보고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어요. 원래 데뷔를 빨리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러브콜을 많이 받다 보니까 ‘지금이 적기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명민함은 연기뿐만 아니라 배우 생활의 중심을 잡는데도 유효하다. “‘고교처세왕’ 당시 안하무인인 캐릭터 때문에 욕을 좀 먹었어요. 진짜 힘들었죠. (당시 이열음은 방영 중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쏟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댓글들이 나, 이열음이 아닌 이열음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향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요. 그게 캐릭터가 인정받는 또 다른 방식이라는 것도요. 이제는 내심 뿌듯할 때도 있다니까요.”
예쁘장한 얼굴에 나이까지 어리니 아이돌을 해도 잘 어울렸다고 했더니 고개를 저었다. “사실 제의를 많이 받기도 했어요. 아이돌을 준비하면 데뷔도 빠르다는 유혹도 있었죠. 하지만 저는 아이돌이 아니라, 스타가 아니라,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가장 최신작인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을 통해 캐릭터를 분석하는 법, 그것을 표현하는 재미를 알게 됐다”는 이열음은 어린 나이에 기대 여유를 부리지 않고 바지런을 떨겠다고 했다. 하지만 조급함은 없다.
“저보다 훨씬 어릴 때 연기를 시작한 조여정, 문근영 선배와 작업하면서 내가 얻은 것이 그리고 내가 감당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그것을 묵묵히 감내해야 한다는 것도요. 최근에 제일 많이 느낀 것은 경험도 많이 하고, 다양한 사람도 많이 만나야 한다는 거예요. 지난해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다는 걸 느끼거든요. 작품에 들어갔을 때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많이 부지런히 움직여야겠죠. 그러다 보면 엄마와 당당하게 연기할 만큼 성장해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