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올 한해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의 결정에 이리저리 휘둘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켰을 뿐이라고 평가절하하며 오는 2016년에는 변동성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각국 중앙은행들이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 한 해 시장은 중앙은행의 결정에 들썩거렸다. 지난 1월 스위스 중앙은행이 프랑과 유로화의 환율을 1대 1.2로 유지하는 최저환율제를 폐지한 뒤 프랑은 장중 한 때 유로화 대비 40% 이상 치솟았다. 이 결정으로 인해 프랑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그에 맞춰 전략을 세웠던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봐야 했다.
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 8월 사흘간 위안화를 3.3% 평가 절하한 조치는 중국 경제에 대한 위기감을 증폭시켜 글로벌 주식 시장 급락을 야기한 처참한 실패였다고 WSJ는 비판했다. 아울러 올 연말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추가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 바람에 유로화가 달러 대비 4%이상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거기에 더 큰 문제는 중앙은행의 정책들이 성공적이라고 말할 것이 못돼 2015년의 경험을 통해서 많은 투자자들이 중앙은행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풍토까지 만들었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의 채권 전략가 짐 캐론은 "중앙은행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사라졌다"며 "과거에 그들이 했던 것과 달리 시장을 효과적으로 안정화시킬 수 없다는 것만 보여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WSJ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근 10년만에 인상하며 출구전략에 나선만큼 2016년에는 시장의 혼란이 더욱 증폭될 것이라고 전문가의 말을 빌려 진단했다. 투자회사 SLJ 매크로 파트너스의 공동 경영자인 스티븐 젠은 “내년은 각 중앙은행에 상당한 시련의 해가될 것”이라며 “언제 어디서 턴을 해야 할지 모르는 18륜 구동 트럭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특히 연준의 제로금리 정책과 대규모 자산 매입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위험 자산에 손을 대도록 부추겨 작은 변화에도 시장이 흔들릴 정도로 취약해진 점을 전문가들은 가장 큰 문제로 봤다. 런던에 기반한 투자회사 인사이트 인베스트먼트의 폴 램버트 통화 거래 책임자는 “올해는 상황이 호전되기 전에 악화될 것”이라며 “중앙은행 정책으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이 안전지대에서 밀려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낮은 물가와 경기 둔화를 겪는 유럽과 일본이 미국 연준의 통화 정책과는 정반대로 통화 완화 정책을 이어가는 것, 또 투자 은행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인해 주식, 채권, 통화 거래가 제한돼 금융 유동성이 약화된 점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