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바다를 보고 오다 너무 늦어
덕유산에서 멈췄다
날씨가 파랗다 추워지려나 보다
갈 길은 아직 먼데 밤은 깊고
산골 버스터미널 앞 이리식당에
쥐 죽은 듯 불이 켜져 있다
소머리국밥을 시키고 곁불을 쬐다 본 벽에
12월 22일 소 잡는 날이라 붙어 있다
시간은 벌써 떠났고 이미 소 잡은 날이 됐다
오늘 내가 먹을 게 그 소의 머리인가 보다
속이 메스껍다
이럴 땐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
주인에게 물었다 이리식당은 왜 이리식당이냐고
전에 장사하던 여자가 붙인 이름이라 모른 단다
소를 따라 전 주인여자도 떠났다 시간 속으로
가만히 생각하니 열차폭발사고가 났던 이리
이주일이 하춘화를 엎고 뛰었다는 곳
익산으로 바뀐 곳
맞다 그 이리도 오래 전에 떠났다
나도 소머리국밥을 먹고 떠나야 하고
때론 아프지만 모두 떠난다
그래도 잡고 있으려 한다
간절히 잡아두고 싶은 것도
언젠가 놓아야 하는데
창밖 날씨는 더욱 날이 서 새파랗다
추워지나 보다 살을 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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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도 마저 간다. 붙잡고 싶을 정도로 간절할 때도 있지만 그럴 수 없다. 살아보면 영원한 것은 없다. 모두 그만큼씩 머물다 떠난다. 남도 장흥을 다녀오는 저녁 길에 전북 무주 안성이란 산골마을에 들렀다. 불 커진 버스터미널 앞에 이리식당이란 간판이 눈에 띄어 들어가 소머리국밥을 시켰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는데 바깥 날씨는 새파랗게 날이 서있다. 추워지고 있다. 나도 서둘러 떠나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