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신 필리핀대사 "우범지대 거주 피하고 비상연락망 갖춰야"

2015-12-2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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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필리핀 체류중인 우리 교민들에게 긴급 서한 발송

"무장강도에 저항말고 위급상황땐 주저없이 대사관에 연락해야" 당부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외교부는 김재신 주필리핀 대사가 23일(현지시간) 필리핀에 체류중인 우리 교민들에게 교민사회에서 유의해야할 사항들을 서한 형태로 긴급 배포했다고 밝혔다. 이하는 김재신 대사의 서한 전문이다.

존경하는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금년 한 해를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 해를 기대하고 있던 차에 또 다시 우리 국민이 피살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지난 12.20 바탕가스주 말바르(Malvar)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동포 여러분 모두 매우 가슴아파 하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애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억울하게 희생된 분의 명복을 빌고, 동포여러분과 슬픔을 같이하면서 앞으로 어떠한 대비를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필리핀은 안전하지 못하며, 치안 사정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부는 김재신 주필리핀 대사가 23일(현지시간) 필리핀에 체류중인 우리 교민들에게 교민사회에서 유의해야할 사항들을 서한 형태로 긴급 배포했다고 밝혔다. [사진=김동욱 기자]


2014년도 전 세계 우리 국민 피살자 23명 중 10명이 필리핀에서 사망하여 전체 피살사건의 43%를 차지하였으며, 올해도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4년에 중국인 17명, 인도인 12명, 일본인 7명이 피살되는 등 여타 외국인들도 피해를 입었던 것을 볼 때, 우리나라 사람만 유독 필리핀에서 표적이 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우리국민이 범죄에 많이 노출되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라 하겠습니다.

올해 필리핀에서 발생한 총 10건(11명)의 우리국민 피살 사건을 보면, ▲금품을 노린 강도, 납치 살인사건이 4건, 가족이나 동거관계의 갈등에서 비롯된 사건이 2건, 이권관계로 청부살해한 사건이 1건, 기타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2건 등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 피해자들은 필리핀을 단기 방문하는 관광객 등이 아니라, 수년간 필리핀에 거주한 40 ~ 60대 교민으로서, 자신의 집에서 총격으로 피살당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 범행이 우발적이라기보다는 계획적이고 의도된 것으로 보이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 범인 검거 현황은, 검거된 경우가 3건, 범인이 자살한 경우가 2건이며, 나머지 5건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 중에 있습니다.

그간 저희 대사관에서는 대사관 홈페이지, 카카오톡, 교민 신문, 케이블 방송, 공항 한글 게시판, 안전 정보 리플릿 등을 활용하여 지속적으로 안전문제에 대해 주의를 촉구하는 한편, 한인회와 함께 10여개 지역을 돌면서 안전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는 앙헬레스, 말라떼 지역 21개소에 CCTV 58대를 추가로 설치중에 있으며 아울러 차량 블랙박스 장착 캠페인도 벌이고 있습니다.

한편, 필리핀이 한국인 범죄자의 도피처로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필리핀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한 결과, 올해는 예년보다 훨씬 많은 50여명의 도피자를 국내로 송환하였습니다.

그러나, 대사관과 한인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법총기가 난무하고 강도와 납치 등 불법행위가 끊이지 않는 필리핀의 치안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범죄예방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사관으로서는 필리핀 치안당국과 범죄의 예방, 사건 대응 등을 위해 계속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지만, 우리 스스로 안전에 유의하고 필요한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미 아시고 계시는 내용이지만 몇 가지 사항에 대해 말씀드리고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가 외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늘 상기하면서 현지 필리핀인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특히 금전문제로 심한 다툼을 벌이거나 원한을 사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운전기사, 가정부, 종업원 등 주변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둘째, 필리핀의 법규와 문화, 관습 등을 존중하고 언행도 유의하여야 하겠습니다.

필리핀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잘못을 지적당하거나 큰 소리로 야단을 맞을 경우 심한 모욕감을 느끼고 보복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셋째, 안전에 경각심을 갖고 적절한 방범 시설을 갖추어 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특히, 주택에 거주하는 분들은 가급적 CCTV, 보안등을 설치하시기 바라며, 또한, 비상벨이나 전기 철조망 등도 갖출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차량 블랙박스도 장착하시면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넷째, 가급적 위험한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외국인에게 위험하다고 알려진 곳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범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올해 피살사건 중 3건이 산간 시골지역이나 외딴지역에서 발생하였습니다.

다섯째,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친지나 친척, 한인회, 더 나아가 경찰서 등과 비상 연락망 체제를 갖추어 두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여섯째, 총을 든 강도에게는 저항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무장강도에게 저항하다가 사망한 사례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견되거나 또는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였을 경우 주저하시지 말고 대사관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주간 : 02-856-9210, 야간 및 공휴일 : 0917-817-5730, 홈페이지 : embassy_philippines.mofa.go.kr).

대사관은 언제든지 동포여러분의 안전에 관한 상담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이며 필요한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범죄가 발생하기 쉬운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동포 여러분들께서 각자의 안전상황을 한번 점검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이러한 사건, 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음으로써 안전하고 즐거운 한인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동포 여러분, 새해 더욱 건강하시고 가정과 하시는 모든 일에 큰 축복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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