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10월 31일 경기도 수원 경기대학교에서 열린 '경기도당 제20대 총선 필승 결의 및 자연보호 캠페인 등반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 =새누리당]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마음을 돌렸다. 새누리당 내 유명인사들에 대한 이른바 '험지' 출마 요구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그러나 친박(親朴·친박근혜)계 의원들은 김무성 대표의 희생을 요구하며 반기를 들고 있다. 게다가 험지차출론이 결국 전략공천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돼, 공천 신경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모양새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 전 시장은 당의 방침에 따르겠다고 했다"면서 "다만 정세균이란 거물이 버티고 있는 종로지역을 포함해 계속 논의를 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저도 종로를 우리 당에 유리한 지역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들이 서로 맞붙는 것은 피하고, 다른 지역을 생각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박진 전 의원과 출혈 경쟁을 피하라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안 전 대법관에 이어 오 전 시장이 '험지' 출마를 수락하자, 대상이 점차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도 물망에 오른 상태이나, 당장 다음 타자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로 추정된다.
아울러 김을동 최고위원의 아들이자 TV출연으로 유명해진 '삼둥이(세쌍둥이) 아빠'인 송일국 씨 등 유명 연예인의 영입 가능성도 점쳐진다. 탤런트 박상원, 정준호 씨 등이 함께 거론되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공천 전쟁이 시작되면서 당내에선 이를 두고 갖가지 의견이 엇갈린다.
비박(非朴·비박근혜)계의 맏형격인 이재오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치를 처음 하거나, 권력의 자리에 있으면서 정치적 명성을 얻었거나, 지역구를 새로 선택하려는 분들은 과감하게 호남에서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야말로 '험지'로 가는 것이 정치개혁이란 의미다.
김 대표는 그러나 "호남과 전혀 연고지가 없는 사람이 단순히 사회적 명망가라고 해서 호남에 나와야 한다는 건 논리에 안 맞는다"면서 선을 그었다.
친박계 핵심인사인 홍문종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험지 출마에 대해서 발언을 세게 하는 분들은 본인이 희생할 각오가 돼 있느냐"라며 "험지론을 주장하려면, 전략공천 요소를 가미하거나 전략공천으로 험지출마를 하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직접 험지로 출마해 희생정신을 보이라는 주문이다.
김 대표가 강조해오던 '전략공천은 없다'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정치권의 전략공천이라 함은 특정인을 특정지역에 아무런 경선과정없이 바로 공천을 주는 것"이라며 "전략적 판단을 하는 것과 그 동안 네이밍(명명)화돼 있던 전략공천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반박했다.
친박계인 주호영 의원은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지역구가 변동이 있거나 새로 나가는 사람들은 당이 어려운 곳으로 가도록 하는 것이 전체 당의 역량을 키우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상향식 공천과 상충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경선을 하니까 전략공천은 아니다"라고 해석했다.